VR로 기록한 곽동철 대표… 1941년 비행장 공사에 강제 동원
75년 애환… 철거로 사라질 위기… 디지털 유산으로 보존, 8월 상영
1941년 일본의 비행장 건설 공사에 강제 동원됐던 한인과 그 후손들이 살아가던 일본 교토 우토로 마을은 지난달 23일부터 강제 철거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우토로의 모습은 최신 기술을 통해 영원히 남게 됐다. 10여 년간 CF와 뮤직비디오 등 영상물 PD로 활동해 온 곽동철 더슛미디어 대표(41)가 우토로의 모습을 ‘360도 비디오’ 기법의 가상현실(VR) 영상으로 남긴 덕이다.
곽 PD는 “지난해 MBC ‘무한도전’을 통해 우토로 마을을 처음 알게 되면서 예능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자극을 받았다. 나도 부족한 능력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고 콘텐츠 제작 계기를 밝혔다.
곽 PD는 우토로의 모습을 VR 영상으로 만들어 디지털 유산으로 보존하는 ‘우토로 프로젝트’를 기획해 지난해 말 용인시 디지털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제작비는 1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하지만 모인 돈은 용인시에서 받은 500만 원,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300만 원, 그리고 곽 PD가 내놓은 90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간 네트워크를 쌓아 온 촬영감독, 음악감독, 편집 전문가, 녹음실 관계자 등이 재능 기부를 해주면서 확 줄어든 비용으로 3·1절부터 꼬박 사흘간 우토로 마을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곽 PD는 “사진이나 2D 매체는 촬영자의 의사가 개입되는 반면 공간을 입체적으로 담아 내는 360도 비디오 기법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모든 곳을 담아 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촬영물은 10분 길이의 ‘51번지, 우토로 가족’이라는 VR 영상(한국어판, 영어판 두 가지)으로 완성됐다. 8월 18∼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K웹페스트’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9월부터는 유튜브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연말부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체험 관람을 진행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곽 PD는 “사라질 역사를 기록하거나, 이미 사라진 역사를 VR로 복원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용 영상물 콘텐츠를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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