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일상 치유하는 보컬동호회 ‘늘’…“노래자랑은 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11시 31분


코멘트
“자, 톤을 조금만 더 높여볼까요. 아~ 아~ 아~ 조금만 긴장 풀고요.”

지난달 14일 저녁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노래연습실. 보컬리스트 사피라.K(본명 샐리 강·여·27)가 갓 퇴근한 전산 엔지니어 오익현 씨(33)의 노래 연습을 돕고 있었다. ‘무대 체질’로 친구들에게 결혼 축가를 불러주고 싶었지만 노래 실력이 부족했던 오 씨는 “사피라의 도움으로 제대로 된 발성, 음정, 호흡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보컬동호회 ‘늘(Neul)’ 회원인 이들은 한 달에 2번 이곳에 모인다. 늘은 올 1월 직장인 김유민 씨(43)가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음악을 좋아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만든 모임이다. 회원 수는 반년도 안돼 200여 명에 이른다. 늘은 언제나, 항상 이란 의미의 순 우리말로 ‘음악에 대한 꿈을 언제나 잃지 말자’는 의미를 담았다. 늘은 회원을 노래 실력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상위 2개 그룹 회원이 나머지 회원에게 노래를 지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회원들은 늘의 매력으로 ‘지친 일상 후 서로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점’을 꼽는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직업, 출신에 상관없이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 모임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래 영상을 올려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강원 인제군에서 농사를 짓는 미혼모 이연진 씨(35·여)는 경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 상품을 대는 날마다 모임을 찾는다. 어릴 적 피아노, 합창, 밴드 활동을 한 그는 “학원이 아니더라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울 수 있는 점에 끌렸다”며 “언젠가 회원들과 독도, 휴전선 등 뜻 깊은 곳에서 ‘하나 되어’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한 구청에서 주차관리 업무를 하는 공무원 하성룡 씨(36)는 올해 3월 ‘좋아하는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마음에 늘을 찾았다. 하 씨는 “반복되는 삶에서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고 싶었다. 직장인들이 함께 노래 실력을 키우는 점에 이끌렸다”고 소개했다.

실력파 음악가들은 모임 취지에 공감해 동료 회원이자 멘토로서 이들과 함께한다. 사피라.K를 비롯해 작곡가 겸 제작자 백민혁 씨, 그룹 캔(CAN) 출신의 가수 이종원 씨 등이 아무 조건 없이 회원으로 합류했다.


백 씨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끼를 발산하는 모습 속의 실력자, 즉 ‘원석’을 발굴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방향성을 놓고 고민하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회원들이 음악을 즐기도록 이끄는 게 목표다.

뉴질랜드 교포 2세인 사피라.K도 마찬가지다. ‘음악이 하고 싶어’ 5년 전 홀로 귀국한 뒤 겪은 외로움을 음악으로 풀어낸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한다. 그는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법을 고민하며 실력이 느는 회원의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늘에서는 앞으로도 ‘노래자랑’은 금지다. 노래에 대한 순수함을 지키자는 의미다. 회장 김유민 씨는 “노래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함께해야 가치가 있다”며 “노래를 통해 함께 즐기고 성장하는 보람을 얻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노래연습실에 모인 직장인 보컬동호회 ‘늘’ 회원들이 이연진 씨(오른쪽)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의 노래를 서로 평가하고 조언하며 노래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노래연습실에 모인 직장인 보컬동호회 ‘늘’ 회원들이 이연진 씨(오른쪽)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의 노래를 서로 평가하고 조언하며 노래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노래연습실에 모인 직장인 보컬동호회 ‘늘’ 회원들이 이연진 씨(오른쪽)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의 노래를 서로 평가하고 조언하며 노래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노래연습실에 모인 직장인 보컬동호회 ‘늘’ 회원들이 이연진 씨(오른쪽)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의 노래를 서로 평가하고 조언하며 노래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노래연습실에 모인 직장인 보컬동호회 ‘늘’ 회원들이 이연진 씨(오른쪽)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의 노래를 서로 평가하고 조언하며 노래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노래연습실에 모인 직장인 보컬동호회 ‘늘’ 회원들이 이연진 씨(오른쪽)의 노래를 듣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의 노래를 서로 평가하고 조언하며 노래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