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시대? 비정규직이라 걱정없어” 황당발언 계속된 ‘혁신교육’ 행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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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그런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발제자)

“창의적인 비정규직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일자리가 없어질 것에 대한 걱정 자체가 없다.”(토론자)

알파고 시대에 대비하겠다며 서울시 교육청이 연 혁신교육 심포지엄에서 황당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알파고 시대의 학교교육’ 행사에서다.

이날 행사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취임 2주년 기념으로 서울시교육청과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공동 주최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단체다. 심포지엄에는 조 교육감을 비롯해 곽 전 교육감과 초중고 교사 및 일반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발표자 2명과 토론자 3명 중심으로 전개됐다.

발제를 맡은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을 중심으로 AI가 엄청나게 진화하고 있지만 이런 기술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라 절대 한국에 넘겨주지 않는다”며 “AI기술이 없는 게 문제지, 일자리 감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 발제자인 손동빈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왜 혁신미래교육을 논하면서 알파고를 고민해야 하는지 선뜻 대답을 못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황당 발언은 계속됐다. ‘오늘의 교육’ 편집장이라고 소개된 정용주 염경초 교사는 “AI야말로 인간의 오래된 꿈인 ‘놀고먹는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며 “하고 싶은 걸 하며 놀고먹는 꿈이 가능한 세상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인권교육과 생태교육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민주시민교육센터 부소장이자 영화감독으로 소개된 토론자 박성미 씨는 “산업사회에 한 번도 편입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정말 창의적으로 살았다”며 “그래서 일자리가 없어질 것에 대한 걱정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알파고나 혁신교육과 관계없는 횡설수설이 이어지자 청중석에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중얼거림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발언을 전해들은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교육과 산업의 괴리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 예로 미국 기업은 AI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파는 데 우리가 그 기술이 없다면 내수든 수출이든 죽는 것 아니냐”며 “수출 없이 어떻게 한국 기업들의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학부모 김 모씨는 “아이들의 미래 경쟁력을 키워줄 교육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며 “그 답을 부모들이 찾아야 하는 게 한국 공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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