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김 검사, 부장검사 술시중·실적 압박에 “귀에서 피가…”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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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6월 30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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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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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모 검사(33)가 평소 김모 부장검사(48)의 폭언과 압박 탓에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음을 알려주는 자료가 나왔다.

김 검사가 친구 등 지인에게 보낸 스마트폰 메신저 내용이 30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

이를 보면, 김 검사는 밤 늦은 시각 부장검사의 술시중을 들어야 했고, 실적에 대한 극심한 압박을 받았다.

김 검사는 지난 3월 31일 오후 오후 11시 39분경 지인들에게 “술자리 끝났는데 부장검사가 부른다. (목동에 있는데) 여의도까지 15분 안에 오라고 한다. 택시타고 뛰어 가는 중"이라며 "15분 지나니 딱 전화가 온다. 도착해보니 부장이 많이 취해 자택까지 모셔다 드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부장검사가) 술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면서 “부장을 집에 데려다 주고 혼자 우동 먹고 있다. 슬프다, 사는게”라고 하소연했다.

김 검사는 지난 3월 10일과 14일에도 “술 시중드는데, 자살하고 싶다”고 한탄했고, 친구들은 “죽지마”라고 달랬다.

술시중 외에도 김 검사는 부장검사로부터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김 검사의 친구 A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검사는 군 법무관 시절부터 늘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다”며 “올해 부장이 바뀐 후 ‘이 나이에 매일 욕 들으며 사는 게 너무 자존심 상한다’고 했다. 김 검사는 토요일 오전 늦게 출근하는 것이 유일하게 쉬는 것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스트레스와 압박에 김 검사는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매달마다 시험을 치는 느낌”, “매일 징징거리게 되네” 등으로 표현했다.

스트레스의 후유증으로 김 검사는 “자고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많이 나 이불에 다 묻었다”, “금을 씌웠던 어금니가 빠졌다”라고 고통을 호소했고, 급기야 “죽고 싶다”, “너무 울적해서 유서 한 번 작성해 봤다”, “살려줘” 등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장래가 촉망했던 김 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유서에서 “한 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다. 스트레스 안 받고 편안하게…”라고 적었다.

한편, 김 검사의 부친은 27일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서울 남부지검은 29일 관련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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