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만들던 삼성, AI까지 발 뻗어…50년뒤엔 이름모를 회사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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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처음에는 국수를 만들다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받아들여 TV, 스마트폰 등으로 업종을 빠르게 전환했고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분야에도 발을 뻗고 있죠. LG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50년 뒤에 IoT 분야에서 가장 유망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회사’가 될 것입니다.”

케빈 애슈턴 전 벨킨 청정기술사업 총책임자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ICT 융합시대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개념들이 송두리째 변하게 되는 만큼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이 ICT를 기반으로 전례 없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며 “한국 기업과 정부는 혁신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인 만큼 ICT의 융합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ICT 융합의 미래는 ‘스타트 업’ 활성화에 달려

애슈턴 씨는 ‘ICT 융합―2030년까지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과 별도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전망과 조언을 쏟아냈다.

애슈턴 씨는 “IoT 시대가 언제 도래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칩이 내장된 호텔 키 등 IoT 시대는 이미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ICT 융합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2의 삼성이나 제2의 LG 같은 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누구나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같은 공간에서 소규모 사람들끼리 잘 알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에 혁신이 생겨난다”이라며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 일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등도 최고경영자(CEO)로 나설 수 있는 평등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슈턴 씨는 정부 규제가 ICT 융합을 가로막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며 “사람이 자동차 사고를 내 10명이 죽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자율주행차가 같은 사고를 내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된다”며 “이렇게 되면 자율주행차 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되는 만큼 안전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IoT 유망 분야는 헬스케어

이날 행사에서는 AI와 빅데이터, IoT, 헬스케어 등 ICT 융합 신산업에 관한 국내 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특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ICT 융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주완 맥킨지 파트너는 ‘AI 기술의 발전과 비즈니스의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AI의 기술개발 현황과 유망한 산업군을 소개했다.

김 파트너는 “아마존과 넷플릭스, 구글 등의 사업은 유저들의 구매, 시청 이력을 추적해서 관련 콘텐츠를 추천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이 한창 개발 중인 음성인식 기술은 아직 ‘문맥’을 이해하는 수준은 못돼 기술개발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AI는 금융, 항공 유지 보수 같은 산업에서는 사람을 대체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석유와 가스, 마케팅 등 산업에서는 보조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영업이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태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IoT와 헬스케어 융합’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산업화 측면에서 IoT가 바로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라고 단언했다. 이어 “글로벌 IT 기업인 애플과 구글은 2년 전부터 운동 관리 등이 가능한 헬스케어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이들 기업과 경쟁하려면 정부가 나서 IoT 기술표준을 개발해야 하고, 기업들은 이 플랫폼 안에서 헬스케어 기술들을 개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이터를 발생시키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은 기업의 미래 수익을 위한 자산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매출만큼 데이터에도 민감하게 대응하는 기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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