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현두]슈퍼스타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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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두 스포츠부장
이현두 스포츠부장
스웨덴의 축구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소속 팀인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의 카를로 안첼로티 전 감독이 출중한 기량을 보이는 한 공격수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맞다. 그는 좋은 스트라이커다. 그러나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세상에 차이를 만들어내는 선수는 단 세 명뿐이다. 즐라탄, 메시, 그리고 호날두.”

그의 말은 맞다. 모든 축구 팬들이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국제축구연맹이 매년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올해의 선수상(2010년부터 발롱도르로 통합)을 2008년부터 나눠 갖고 있다. 올해도 메시는 소속팀 바르셀로나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우승으로 이끌었고, 호날두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브라히모비치도 파리 생제르맹에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 우승컵을 안겼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축구 선수 수입 순위에서도 호날두가 1위, 메시가 2위, 이브라히모비치가 3위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 달 나란히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세 선수는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축구 팬들에게 신으로 불리는 메시는 남미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실축을 하며 아르헨티나의 패배를 지켜봤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 출전한 이브라히모비치는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일찌감치 대회장을 떠났다. 호날두는 유로 8강전을 앞두고 있지만 조별리그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메시와 호날두 없이도 결승과 8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겠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힘들다. 슈퍼스타는 팀 전력을 몇 배로 강하게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로 2016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웨일스가 좋은 예다. 인구 300여만 명인 웨일스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유로 본선 무대를 밟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웨일스 대표팀에는 호날두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이끄는 슈퍼스타급 공격수 개러스 베일이 있다. 웨일스가 유로 2016에서 8강까지 오른 데는 3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한 베일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베일보다 더 뛰어나다는 이브라히모비치는 스웨덴을 유로 예선 탈락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물론 슈퍼스타라고 항상 100%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승부차기를 실축한 메시처럼 그날의 운이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스웨덴의 이브라히모비치에 대한 의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를 보유한 팀은 어쩔 수 없이 슈퍼스타를 더 많이 활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대팀만 유리해진다. 슈퍼스타만 집중 수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 전만 해도 웨일스는 베일의 원맨팀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웨일스의 경기를 보면 베일에 대한 의존도가 예상만큼 크지 않다. 베일도 유로 2016에서 인터뷰 때마다 “웨일스는 내가 이끄는 원맨팀이 아닌 원팀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원팀은 말과 의지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슈퍼스타의 짐을 나눠 질 동료들이 필요하다. 웨일스 대표팀에서는 명성과 기량에서 베일에게는 못 미치지만 유럽 명문 프로축구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베일의 짐을 덜어줬다. 하지만 파리 생제르맹에서 이브라히모비치의 짐을 나눠 졌던 동료들이 스웨덴 대표팀에는 없었다. 독불장군이 오래가지 못하듯 슈퍼스타도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도와줄 동료가 필요하다.
 
이현두 스포츠부장 ruchi@donga.com
#유로2016#메시#이브라히모비치#웨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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