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배 전문기자의 풍수와 삶]트럼프와 힐러리, 집터로 본 승자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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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전문기자 풍수학 박사
안영배 전문기자 풍수학 박사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살고 있는 미국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주와 맨해튼 일대의 풍수를 답사하러 갔다가 들른 적이 있다. 당시는 기행(奇行)으로 유명한 그가 160여 년의 전통 보수를 자랑하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저 풍수 마니아로 소문난 그의 풍수 안목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들 사이에선 트럼프 하면 ‘펑수이(Fengshui·風水)’를 떠올릴 정도로 그의 풍수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맨해튼 서쪽의 리버사이드 지역 개발 등 부동산 사업을 벌일 때 풍수가의 도움을 얻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타워에는 실제로 중국의 풍수설에 입각한 장치가 곳곳에 있었다. 이 건물은 맨해튼의 명소 센트럴파크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68층짜리 고급 주상복합건물. 순조로움을 상징하는 6과 행운을 상징하는 8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길수(吉數)라는 점에서 건물 층수부터 풍수를 고려한 것 같다. 건물 외관은 전체가 검정 유리인 반면 건물 출입구와 내부는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돼 있었다. 건물 내에는 실내 정원과 물이 흐르는 5층 높이 규모의 인공폭포까지 있다. 중국인들에게 황금색과 물은 모두 재물을 상징한다. 특히 물은 풍수에서 풍요와 부를 불러들이는 중요한 요소다.

1983년에 완공된 이 건물에는 그가 세운 기업(The Trump Organization)의 사무실도 입주해 있다. 트럼프 본인도 2005년 세 번째 부인 멜라니아와 결혼한 후 주로 이 건물의 꼭대기층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는 미국 곳곳에 여러 채의 호화 별장을 갖고 있지만, 사업장과 주거지가 함께 있는 이곳이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터다.

살고 있는 터나 집을 보면 그 사람의 운세나 상황을 어느 정도 유추해낼 수 있다. 양택(집) 풍수서의 고전 ‘황제택경’이 사람과 집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 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사람은 집으로 인해 입신(立身)하고, 집은 사람으로 인해 존재한다. 사람과 집이 서로 도우면 천지를 감통(感通)시킨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주택의 길흉이 사람의 흥망성쇠에도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서양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독일의 문학가 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1871∼1914)은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풍수 명언’을 남겼다. “그대가 어떤 집을 짓고 살고 있는지를 말해 보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구인지를 말해줄 터이니!(Zeige mir, wie du baust, und ich sage dir, wer du bist!)”

트럼프타워를 보면 트럼프의 정치 행각이 이해된다. 그의 터는 정치인이나 권력층이 사는 집에서 많이 느낄 수 있는 천기형(天氣形) 기운이 강했다. 대개 부자들이 지기형(地氣形) 집에서 사는 것과는 대비돼 흥미로웠다. 그는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본격적으로 정치를 꿈꾼 것으로 해석된다. 천기형 기운은 권력, 명예, 승리 같은 욕구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1988년 대선에서는 조지 부시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출마하길 원했고, 2000년에는 제3정당의 대선 후보로 출마를 고려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정설이다.

문제는 그의 펜트하우스에는 나쁜 천기(천살·天殺)도 함께 감돌고 있다는 점. 이것이 그에게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에너지를 공급해 인종 차별, 여성 비하 등의 막말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풍수적 해석이다. 현재 그는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에너지는 결국 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게다가 간접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뉴욕 외곽의 웨스트체스터에 있는 힐러리의 집은 풍수 면에서는 트럼프타워보다 한 수 위인 것으로 평가된다. 힐러리의 집은 천기형 기운이면서도 그 힘의 세기와 밀도 면에서 트럼프보다 순일하면서도 강하다.

물론 변수는 있다. 1946년생 개띠인 트럼프의 운세는 인생의 사계절 중 이른 봄철 시기에 있는 반면, 한 살 아래 돼지띠인 힐러리는 겨울의 막바지 운세에 있다는 것. 대중에게 활력과 신선감을 주지 못하는 힐러리 이미지는 겨울 시기의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니 운으로만 따지면 트럼프가 좀 더 나은 셈. 명리술사(命理術士)들의 세계에서는 ‘첫째 명(命), 둘째 운(運), 셋째 풍수(風水)’라는 말이 회자된다. 풍수보다 운수가 더 ‘계급’이 높단다. 과연 그럴까?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결을 나는 풍수 우위의 측면에서 보고 있다. 풍수학 박사
 
안영배 전문기자 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트럼프#힐러리#집터#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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