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트럼프” 롬니의 몽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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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잘못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 참모들 만류에도 두달째 ‘외로운 싸움’

“내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도널드 트럼프의 잘못된 행동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9)는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그가 ‘외롭게’ 트럼프와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롬니는 트럼프에 대해 “자유세계의 리더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보이는 트럼프를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운을 뗐다. 또 “트럼프는 탐욕스럽고, 과시적이며, 여성을 혐오하고, 괴상하기 짝이 없는 삼류 연기자”라고 평가했다. 롬니는 “트럼프에겐 대통령이 될 기질이나 판단력이 없다”거나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국가적 자살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롬니는 트럼프의 인종차별 태도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비판해 왔다. 올 2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전 지도자인 데이비드 듀크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하자 트럼프는 확실하게 거부하지 않고 ‘듀크란 사람을 모른다’, ‘백인우월주의자들도 모른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그러자 롬니는 트위터에서 “KKK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은 대선주자로서 실격감이다.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것은 미국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비판이 결과적으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돕는 일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롬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에서 이기는 것보다) 민주주의와 포용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롬니와 25년 동안 가깝게 지내온 HP 엔터프라이즈의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롬니의 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국가와 애국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롬니를 거들었다.

일각에선 공화당 주류로 꾸준히 활동해 왔고 모르몬교도로 절제된 생활과 언행을 중시해온 롬니의 개인적 성향도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높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공화당 내 비주류이며 돌출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트럼프가 26일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1237명)을 확보하자 ‘네버 트럼프(트럼프는 절대 안 돼)’ 대신 ‘네버 힐러리(힐러리는 절대 안 돼)’ 기류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의 공식 지지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롬니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표현에 따르면 “애처로운 처지”가 됐다.

롬니가 3월 초 공개적으로 트럼프 반대 선언을 하겠다고 나서자 참모들은 “트럼프와 싸우지 말라”고 만류했다. 참모들 우려대로 그는 반대 선언 후 트럼프로부터 “급이 낮다(lightweight)” “실패한 후보”라며 험한 말로 얻어맞았다.

트럼프는 자신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롬니에 대해 “4년 전(2012년 대선 때) 롬니는 내 지지를 받아내려고 애걸복걸했다. 내가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면 아마 그랬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또 “나를 그토록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내 돈도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트럼프#롬니#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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