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애학생이 행복한 캠퍼스 꿈꾸며… 서울대 로스쿨 입학도 포기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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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대 1 뚫고 모교 교직원 된 3급 시각장애인 김건 씨

“비록 남들보다 앞이 잘 보이진 않지만 다른 감각들은 더 민감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게 친숙한 서울대 캠퍼스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서울대 교직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김건 씨(29·사진)는 29일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그는 3월부터 캠퍼스관리과에서 일하며 서울대의 시설, 환경 등을 관리하는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김 씨가 합격한 서울대 교직원 신입 채용은 올해 73.5 대 1이라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보이며 “서울대 입학보다 입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김 씨가 합격한 행정 직렬은 97 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김 씨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왼쪽 눈의 시력 역시 0.1 정도에 불과한 3급 시각장애인이다.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체력적으로, 환경적으로 불리했지만 어렸을 적부터 몸에 밴 성실함으로 2008년 서울대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김 씨는 “공부한 내용을 친구들에게 쉽게 설명해 주는 것에 재미를 느껴 중고교 시절엔 교사를 꿈꿨다”며 “공부를 더 해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자가 되고 싶어 경제학부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대학 시절 경험한 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우연히 참가한 한 국제구호단체의 행정을 맡으면서 앞에서 빛나기보다는 뒤에서 지원하는 행정 업무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책을 만드는 디지털화 봉사 등을 하면서 이 같은 꿈이 확고해졌다. 그는 “대학 행정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교직원을 희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에게 뜻하지 않은 고민의 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대학 시절 성실하게 공부해 얻은 우수한 성적과 다양한 활동 등으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는 “최근 결혼을 했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모교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로스쿨을 포기하고 교직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학교 법인화 이후 행정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서울대인 만큼 끊임없이 공부하며 대학행정 업무를 배우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서울대#교직원#시각장애인#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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