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주주 - 회계법인 유착 그냥 두고는 구조조정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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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전에 주식 전량을 팔아 치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주식 매각 직전 삼일회계법인 측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 전 회장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24일 삼일회계 간부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했다. 올 초 한진해운을 실사(實査)한 삼일회계를 통해 최 전 회장에게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정보가 새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최 전 회장에게 미공개 정보를 준 쪽이 기업 내부도 아니고 기업을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이라면 충격적이다. 감시견이 꼬리를 흔든 격이니 삼일회계가 실사한 보고서는 믿어도 되는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삼일회계의 실사 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달 22일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후 주가는 폭락했지만 최 전 회장은 4월 6∼20일 주식 97만 주 전량을 약 30억 원에 팔아 손실을 면할 수 있었다. 이런 정보에 깜깜한 개미 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는 사이 한진해운 대주주였던 최 전 회장은 끝까지, 알뜰하게 이익을 챙긴 것이다.

기업의 용역을 맡는 회계법인 처지에서는 기업이나 정책금융기관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문가’로서의 자존심도, 양심도 없는 변명이다. 그러니 2015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회계투명성지수를 평가한 결과 한국이 세계 61개국 중 60위, 거의 꼴찌로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5조 원의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외부 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올해 3월 뒤늦게 2조4000억 원의 손실을 2013∼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해 분식을 인정했다. 회계법인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상태인데도 현재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삼정KPMG 회계법인의 대우조선 재무건전성 평가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회계법인의 미공개 정보 유출 여부와 주식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 정부는 회계법인에 대해 독립적인 평가를 독려하고 부실 실사에 대해서는 회계법인의 대표에게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는 장치를 둬야 한다. 이런 조치 없이 정부가 제대로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을 해낼 것이라고 믿을 국민은 없다.
#한진해운#회계법인#검찰#외부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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