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비키니]“야신님!” 다른 종목 감독들의 훈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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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머리 삭발한 한화 선수들. 동아일보DB
단체로 머리 삭발한 한화 선수들. 동아일보DB
묻지도 않았는데 프로배구 감독이 먼저 프로야구 한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석에서 만난 A 감독은 “비(非)시즌에는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로 산다”며 ‘아마추어 팬의 관점’임을 전제로 한화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한화는 24일까지 11승 1무 30패(승률 0.268)로 9위 kt에도 7경기 뒤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위 NC와 kt의 승차가 5경기라는 걸 감안하면 정말 심각한 수준입니다. 과연 문제가 뭘까요?

A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님은 다친 선수가 많다는 게 신경 쓰였을 것이다. 특히 투수 쪽에 부상자가 많은 점이 고민이 됐을 거다. 그래서 ‘일단 버티자’고 생각했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감독님 생각이 선수단 사이에 얼마나 공유됐을지 의문이다”며 “선수들도 일단 전력이 회복될 때까지 버티면 된다고 눈치는 챘을 거다. 하지만 감독님 지시로 특타(특별 타격 훈련), 특투(특별 투구 훈련)가 이어지면서 ‘아, 이게 아닌가? 지금 성적을 내야 하나?’라고 혼란이 왔을 거다. 결국 선수들이 무리를 하게 됐고, 그래도 패하면서 계속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 이야기를 프로농구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꺼냈더니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B 감독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B 감독 역시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한화 이야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B 감독은 “선수들이 지난해 성공을 경험하지 못한 게 제일 크다. 꼴찌에서 6위가 된 걸로 한화 선수들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다. 최소한 4위 안에는 들어야 ‘열심히 하니까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4강 진입에 실패하고 나면 선수들이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 하고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나도 하위 팀을 맡을 때는 첫해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하면 자리 내놓는다는 심정으로 임했다. 그 뒤에 다시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하네요.

배구와 농구 쪽 이야기를 들었으니 프로축구 감독 의견도 듣고 싶었는데 ‘시즌이 겹쳐 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그 대신 아마추어 구기 종목 대표팀 C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그 역시 개인적으로는 프로야구 팬입니다.

C 감독은 “성적이 안 나올 때 지도자는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는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잘 안 될 때가 더 많다. 우리 종목은 갈수록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한화도 비슷하지 않나. 그럴 때 무턱대고 강훈련만 고집하면 성과가 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선수들의 반감도 사기 쉽다”며 “한화가 훈련 프로그램에 비해 휴식 프로그램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지적한 게 이들이 처음은 아닙니다. 외부 비판이 들릴 때마다 한화에서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건 다르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2500년 전 공자 선생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삼인행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고 말했습니다. 자기 종목에서 일가를 이룬 지도자 세 명이 김 감독께 누가 되는 걸 알면서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렇다면 이 중 한화에서 꼭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도 들어 있지 않을까요?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한화 김성근 감독#프로야구#강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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