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100억 챙긴 8급 세무공무원에 벌금 200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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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업체 세워 부정환급… 징역 10년… 공범 11명에도 430억 등 총 630억 부과
법원 “국고 심각한 손실” 중형 선고

가상의 무역업체를 설립한 뒤 허위 거래 자료를 이용해 100억 원대의 부가가치세를 부정 환급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세무공무원과 공범들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장세영)는 24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중부지방국세청 산하 서인천세무서 8급 조사관 최모 씨(33)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최 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39)에게 징역 9년과 벌금 180억 원, 최 씨의 죽마고우로 범죄 금액 일부를 맡아 관리해 온 이모 씨에게 징역 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그 외의 범행에 직접 가담한 공범 김모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40억 원을 선고하는 등 공범 9명에게 총 28년의 징역과 250억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법원이 이날 선고한 벌금은 무려 630억 원에 달한다.

재판부가 이처럼 거액의 벌금을 선고한 이유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위해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매입 자료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부가세를 부정으로 환급받기 위해 기재한 총액(약 1000억 원)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제정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서는 국고 손실이나 조세 포탈은 가중 처벌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가로채는 등 국가 조세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국고에 심각한 손실을 입힌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세무공무원으로서 범행을 주도하고 범법 행위를 저질러 피고인이 속해 있던 조직과 동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고 사회적으로도 큰 파문을 불러일으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최 씨 등은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인천 서구 오류동 일대에 유령 무역업체 10여 개를 세우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업자등록을 했다. 또 가짜 물품 거래 자료를 통해 한 업체에 매입 실적을 몰아줬다. 그리고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 접속해 발급받은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매입 자료로 활용해 9차례에 걸쳐 모두 100억7000여만 원의 부가세를 환급받았다. 무역업체가 원재료를 가공해 제3자에게 공급할 때 매입 세액(매입액의 10%)이 매출 세액(매출액의 10%)보다 많으면 차액의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최 씨는 이런 방법으로 45억 원을, 박 씨는 33억 원을 챙겼다. 최 씨는 부정 환급 받은 검은돈으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오피스텔과 아파트, 상가를 구입하고 외제 차 등 고급 승용차 4대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해 왔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세무공무원#부가세#유령업체#부정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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