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봄에 오는 제비, 겨울엔 어디에서 사는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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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들이 여름을 나는 곳. 참새목 제빗과에 속하는 제비는 루스티카, 트란시티바, 사비그니, 구투랄리스, 티틀레리, 에리트로가스테르 등 6가지 아종으로 나뉜다. 그중 구투랄리스가 짝짓기 철인 봄철에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Avian Research 제공
제비들이 여름을 나는 곳. 참새목 제빗과에 속하는 제비는 루스티카, 트란시티바, 사비그니, 구투랄리스, 티틀레리, 에리트로가스테르 등 6가지 아종으로 나뉜다. 그중 구투랄리스가 짝짓기 철인 봄철에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Avian Research 제공
○ 제비가 가는 강남은 어디일까?

전 세계엔 다양한 제빗과 새들이 살고 있다. 분류학에 따르면 ‘참새목 제빗과’에는 제비, 귀제비, 갈색제비, 흰털발제비 등 4종이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몸길이가 10∼24cm이며 12개의 깃털로 이루어진 ‘V’ 모양 꽁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깃털 색이나 생활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중에서 ‘흥부놀부전’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제비는 ‘제비’라는 종이다. 이 종은 다시 6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특히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제비는 ‘히룬도 루스티카 구투랄리스(Hirundo rustica gutturalis)’라는 종류다. 봄에 우리나라와 일본을 찾아오며 붉은 이마와 목, 까만 등, 그리고 유달리 하얀 배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구투랄리스는 짝짓기 철인 4월쯤 우리나라나 일본으로 왔다가 날씨가 쌀쌀해지는 9월 동남아나 호주로 떠난다.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나라로 떠나는 것이다. 따라서 옛 어른들이 말하던 ‘제비가 가는 강남’은 한강의 남쪽이 아닌 중국 양쯔 강의 남쪽 즉, 동남아 지역을 뜻한다.

○ 뻐꾸기를 피해 사람 곁으로 온 제비

새끼 뻐꾸기가 개개비의 둥지를 독차지했다. 개개비 어미는 새끼 뻐꾸기를 자기 새끼로 생각해 먹이를 주며 기른다. 위키미디어 제공
새끼 뻐꾸기가 개개비의 둥지를 독차지했다. 개개비 어미는 새끼 뻐꾸기를 자기 새끼로 생각해 먹이를 주며 기른다. 위키미디어 제공
옛날부터 제비들은 늘 사람의 곁에 둥지를 틀었다. 실제로 2014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비는 농경지대에서 1km²당 20.7마리, 주택가에서 73.2마리가 살고 있다. 게다가 고집은 얼마나 센지, 제비가 집을 지으려는 곳에 짓지 못하도록 방해를 해도 몇 번이고 다시 흙과 지푸라기를 물어 와 그 자리에 집을 짓는다. 도대체 제비는 왜 이런 고집을 부릴까?

2013년, 중국 하이난대 웨이량 교수팀은 뻐꾸기에 주목했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을 하기 때문이다. 이때 남의 둥지에서 깨어난 새끼 뻐꾸기는 본래 둥지에 있던 알을 밀어내고 둥지를 독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새들은 뻐꾸기의 탁란을 피하려 한다.

웨이 교수팀은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가짜 뻐꾸기 알을 유럽 제비와 중국 제비, 귀제비, 흰털발제비 둥지에 각각 넣어둔 것이다. 그중에서 연구팀은 특히 사람이 사는 집에 둥지를 트는 유럽 제비와 숲에 둥지를 짓는 중국 제비에게서 나타난 차이에 주목했다. 유럽 제비는 뻐꾸기 알을 골라내지 못했지만, 숲에 사는 중국 제비는 뻐꾸기 알을 쏙쏙 골라내 둥지 밖으로 밀어냈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진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비가 뻐꾸기의 탁란을 피해 사람들이 사는 집 근처에 둥지를 만들게 되면서 뻐꾸기의 알을 구별해 내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 강남 갔던 제비들은 어디로 갔을까?

고려시대부터 음력 3월 3일,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삼짇날이 한참 지나도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집이 늘어났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환경부에서 발표한 ‘야생동물 서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비는 2001년에 1km²당 평균 30.5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2014년엔 26.3마리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도시화와 농약 사용으로 보고 있다.

제비가 우리나라에서 둥지를 짓고 살아가기 위해선 처마가 긴 주택과 진흙을 구할 수 있는 습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농경지가 점점 도시화되면서 처마가 사라져 제비들이 집을 짓기 어려워진 것이다. 게다가 그나마 남은 농경지에서도 농약을 사용하면서 제비의 먹이가 되는 곤충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제비가 줄어든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환경이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제비가 겨울을 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제비를 찾는 사람들


어린이과학동아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제비 둥지를 탐사하는 모습. 김정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ddanceleo@donga.com
어린이과학동아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제비 둥지를 탐사하는 모습. 김정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ddanceleo@donga.com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직접 나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전국에서 제비의 수를 조사하는 시민 과학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제비를 찾기 시작했다. 올해는 제비의 몸에 ‘지오 로케이터’라는 장비를 달아 제비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정확히 어느 곳으로 날아가는지 알아내는 새로운 조사 방법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제비의 수가 줄어든 것이 우리나라 환경의 문제인지, 제비들이 겨울을 나는 월동지의 문제인지 파악할 예정이다.

일본 이시카와 현의 건민운동본부는 무려 45년째 제비 탐사를 해오고 있다. 작년에만 약 200개의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 1만20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활발하게 탐사를 벌이고 있다. 꾸준한 탐사를 통해 마을에 사는 제비의 수가 1972년에 3만3332마리에서 2011년엔 1만1708마리로 줄어든 것을 알아냈다. 이후 이시카와 현은 제비가 드나들 수 있도록 대문에 작은 틈을 만들거나 천적을 막아 줄 까마귀 모형을 다는 등 적극적인 제비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수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sbshin@donga.com
#뻐꾸기#제비#여름#겨울#제비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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