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이 아이 뺨을 주먹으로…CCTV도 소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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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24일 1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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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회로(CC)TV가 완비된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3세 아이가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린이집을 지도·감독하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인천 모 어린이집 원장 A 씨(36·여)를 18일 구속했다. 서중석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도주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날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영장을 발부했다.

피해자 B 군(3세) 부모는 집에서 아들의 몸을 씻기다가 팔과 엉덩이 등에 시퍼런 멍을 발견해 지난달 29일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B군 외에 또 다른 원아 3명을 손바닥과 주먹 등으로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 어머니는 24일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대해 “그냥 눈 뜨고 볼 수 없었다”면서 “말 못하는 아이를 잡고 장시간 동안 뺨, 등, 허벅지, 엉덩이를 주먹으로 치니까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후 아이가 가위에 눌린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비명을 지르고, 자다가 깨서 울고 계속 불안해한다”면서 “지금은 직장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와 같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멍자국을 보고) 폐쇄회로(CC)TV 공개를 요청하니까 처음에는 ‘경찰을 대동해야 된다’, ‘다른 아이의 부모님들 동의를 얻어야 된다’면서 되게 꺼려했다”며 “허술한 폐쇄회로(CC)TV 관리나 교육 환경 개선, 피해 아동 치료 이런 것들이 제도적으로 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18일까지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다. 그럼에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어린이집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인력 충원을 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아동학대 사건이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인천지역 어린이집은 지난해 말 기준 총 2278곳인데, 보건복지부 기준대로라면 56명의 지도·감독 인력이 필요하지만 인천 군·구 인력은 40명밖에 되지 않는다. 1명당 57곳의 어린이집을 감당해야해 직원들이 아동학대 사례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보육교사 혹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미순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집 폭행 문제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민간어린이집이 이윤을 위해 보육교사를 혹사시키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도 한 이유”라며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는 한 또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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