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외치더니 협박 먼저?… ‘조응천 폭로’ 꺼낸 우상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하나씩 터뜨릴 것” 발언 논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6일 원내수석부대표 인선 결과 발표를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원내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정론관을 찾아 직접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한 그는 이날 박완주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6일 원내수석부대표 인선 결과 발표를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원내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정론관을 찾아 직접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한 그는 이날 박완주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가 “조응천 당선자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 하나씩 터뜨리겠다”고 밝히면서 조 당선자가 알고 있는 게 뭔지, 실제로 폭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등 권력 내부의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 당선돼 우리 당에 왔다”며 “조 당선자와 대화해 보니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입당 회견에서 “정보기관이 특정 정권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며 “국정원 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한 바 있다. 그는 국회 정보위원회 배치 가능성이 높다.

검찰 출신인 조 당선자는 2012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작업을 했고 2014년 4월까지 박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하는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조 당선자를 영입했을 때부터 “대선용 영입”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조 당선자는 당시 “나는 저격수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표 측도 ‘폭로’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영입 제의를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조 당선자의 더민주당행에 맞서 그의 친구이자 검찰 선후배로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함께 일했던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서울 송파을에 전략공천해 맞불을 놓으려 했다. 하지만 유 전 위원은 ‘옥새 파동’의 와중에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조 당선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 원내대표가 나에게 ‘잘 알고 계시죠’라고 하기에 ‘많이 알고는 있다’고 했을 뿐”이라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있지만 뭘 알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내가 국정 운영의 메커니즘을 알고 있으니 국정원이나 검찰이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겠느냐는 게 우 원내대표의 생각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폭로하고자 나를 영입하려고 했다면 입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도 옛날 일은 건드리지 않겠다,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설령 조 당선자가 현 정권 핵심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도 폭로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조 당선자나 김 당선자는 칼집에 꽂힌 칼 같은 존재”라며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것이지 칼집에서 나오는 순간 위력이 반감된다”는 반응이 많다.

우 원내대표도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섰다. 그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인터뷰에서) 터뜨리겠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 다만 조 당선자에게 권력기관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주문했을 뿐”이라며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터뜨려서 시끌시끌한 이슈로 만들 생각은 없다”고 했다.

취지가 그렇다 해도 제1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당 관계자는 “우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된 직후라 많이 오버한 것 같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우 원내대표가 86그룹의 리더 역할을 하게 돼 약간 흥분한 것 같다. 쿨다운(침착)하지 않으면 민심도 단번에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길진균 기자
#조응천#우상호#더민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