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은사의 독일 묘소 찾아 ‘리우의 기적’ 기도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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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축구 2개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하는 신태용 감독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4일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애완견 ‘리우’를 안고 있다. 성남=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4일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애완견 ‘리우’를 안고 있다. 성남=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46)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했었다. 당시 신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3무)의 아픔을 겪었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올림픽에 대한 도전의지가 강하다.

신태용 축구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독일 출장중 데트마어 크라머 전 대표팀 감독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 제공
신태용 축구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독일 출장중 데트마어 크라머 전 대표팀 감독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 제공
지난달 해외파 점검을 위해 독일로 향했던 신 감독은 데트마어 크라머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묘소를 찾았다. 크라머 전 감독은 1990년 대표팀 총감독으로 부임해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신 감독은 “2013년 크라머 감독님을 만나 지도자 생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제는 내가 은사가 계셨던 자리에서 올림픽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크라머 감독님께 ‘제게 힘을 주시고, 올림픽에서의 모습을 꼭 지켜봐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 열쇠는 ‘자신감’

‘신태용호’는 과거 대표팀에 비해 스타 선수가 적고 전력도 약해 ‘골짜기 세대’로 불린다. 그러나 4일 만난 신 감독은 “선수들이 약체라는 인식을 떨쳐내기 위해 단합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슈퍼스타 군단보다도 강한 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조직력을 바탕으로 132년 만에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여우 군단’ 레스터시티와 비교했다. 선수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가 별명이었던 신 감독은 “내가 이끄는 대표팀도 여우 군단이다. 영리하게 준비를 잘하면 우리도 큰 꿈을 이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조 추첨에서 독일, 멕시코, 피지와 같은 조에 편성된 뒤 신 감독은 2승 1무로 조 1위를 차지해 8강에 오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지를 빼고는 모두 강팀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주눅 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큰형님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신 감독이 대표팀을 소집할 때마다 선수단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선수들의 코도 당겨 보고, 귀도 깨물어 본다. 감독과 허물없이 지내는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무서울 것이 뭐가 있느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태용호는 훈련 전후 구호로 ‘나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친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젓가락 하나는 세우기 힘들어도 11개가 서로 기대면 쓰러지지 않는다. 우리가 뭉치면 독일과 같은 강팀도 무서울 게 없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 와일드카드 손흥민

전날 신태용호의 와일드카드로 확정된 손흥민(24·토트넘)은 한 달여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해 골맛을 봤다. 손흥민은 신태용호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핵심이다. 신 감독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손흥민은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대표팀에 오면 제 역할을 다 해줄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신 감독은 “흥민이가 ‘경기에 못 나가도 올림픽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면서 걱정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손흥민을 제외한 와일드카드 2장을 수비 보강을 위해 사용할 계획인 신 감독은 “지난달 30일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님을 만나 와일드카드에 대해 논의했다. 마음속으로는 와일드카드 3명을 정했지만 소속팀의 차출 동의 등 절차가 남아 (발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난놈’으로 불러 자신감의 화신으로 불리는 신 감독. 그러나 그는 “‘난놈’은 ‘잘났다’는 뜻이 아니라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운을 타고났다는 뜻이다”라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과 함께 값진 올림픽 추억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성남=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리우올림픽#축구대표팀#신태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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