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의 힘?’ 무학산 50대女 살해 용의자 6개월 만에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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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 살인사건 범행 직후 CCTV공개…진범 검거
경찰이 놓칠 뻔 했던 살인 용의자를 검찰이 붙잡았다. 과학수사의 힘이었다. 경남 마산지역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었던 무학산 50대 여성 등산객 살해범이 범행 6개월여 만에 검거됐다.

마산동부경찰서(서장 김정완)는 3일 절도사건으로 대구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정모 씨(47·무직)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강간 등 살인)과 사체은닉 등 혐의로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1시 57분경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무학산 6부 능선에서 이모 씨(당시 51세·여)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주먹과 발로 폭행하고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는 경찰에서 “혼자 마산여중 쪽에서 무학산에 올랐다가 정상(762m)에서 마주친 이 씨를 따르며 20분 정도 하산하다 인적이 드문 속칭 ‘깔딱고개’의 간이쉼터 인근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정 씨는 반항하는 이 씨를 등산로 인근 야산으로 끌고 가며 폭행한 뒤 옷을 벗기려다 실패하자 목을 조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정 씨는 다시 무학산 정상을 거쳐 무학여중 쪽으로 내려와 창녕, 양산 등을 통해 경북 방향으로 달아났다.

경찰이 연인원 1만2000여 명을 투입하고도 해결하지 못하던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이 사건을 지휘한 창원지검 마산지청이 4월 18일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이 씨 소지품 분석을 의뢰한 것. 대검은 소지품 17점 가운데 오른손에 끼었던 등산용 장갑을 잘게 잘라 가죽 재질에 남아 있던 정 씨 땀에서 유전자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30일 경찰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는 이 씨 소지품을 분석했으나 정 씨 유전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박기원 국과수 법생화학부장은 “규정에 따라 처리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유류품을 분석한 뒤 경찰에 반환하도록 돼 있어 파괴검사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앞으로 중요 증거물은 사건 초기에도 파괴검사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경찰청과 협의를 마쳤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무학산 주변 폐쇄회로(CC)TV를 포함해 창원지역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 3000여 대를 검색했다. 사건 발생 시간을 전후해 CCTV에 나타난 남자 등산객 110명 가운데 100명 안팎을 조사했으나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9명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정 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정 씨 모습은 무학산 정상과 등산로 입구 CCTV에 나타지만 뒷모습이거나 화면이 흐리다.

정 씨는 지난해 여름 출소한 뒤 김해의 한 사찰에서 3개월을 지내다 거제 등지에서 특별한 직업 없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초 주변에 “부산으로 배 타러 간다”며 집을 나섰고 20일 정도 마산에서 생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도와 강간 각 1회 등 모두 7건의 전과가 있는 정 씨는 올 1월 경북 영천에서 차털이를 하다 붙잡혀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고 대구구치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정 씨는 이번 사건의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4일 오전 9시 무학산 일원에서 현장검증을 할 예정이다.

숨진 이 씨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 반경 자택을 나가 정 씨가 산행을 시작한 곳과 반대쪽인 내서읍 원계마을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오후 1시 10분경 정상에 도착한 이 씨는 남편에게 휴대전화로 사진과 함께 ‘사과 먹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이 씨 남편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하루 뒤인 29일 오후 3시 40분경 무학산 6부 능선에서 이 씨 시신을 수습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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