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의 직장’ 금융공기업, 실적 부진해도 연봉은 오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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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투자공사가 321개 공공기관 중 직원 평균 연봉 1, 2위를 차지했다. 어제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이 1억491만 원, 투자공사가 1억469만 원으로 파악됐다. 평균 연봉 9000만 원을 넘는 공공기관만 18곳에 이른다. 국내 100대 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이 7741만 원인데 공공기관은 고용의 안정성은 물론 대기업을 웃도는 대우까지 누리고 있다.

금융공기업은 높은 급여를 받는데도 실적은 부진하다. 한국투자공사의 수익률은 2013년 9%에서 2014년 4%로 떨어졌다. 해외 주요 국부펀드 7개 중 최저 수익률을 기록하고도 염치없이 연봉만 챙긴 셈이다. 작년 부채비율 811%를 기록한 KDB산업은행도 9435만 원으로 10위였다. 금융공기업은 “민간기관 임금이 높아 인재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방만 경영 탓이다. 실적에 관계없이 연봉이 오르는 호봉제에다 ‘낙하산’ 경영진이 노조와 타협하다 보니 생긴 폐해다.

5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진 공공기관의 복지 혜택도 민간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공공기관 복리후생비 지출은 78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포인트 늘었다. 특히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금융공기업 기관장과 직원의 연봉과 복지는 위화감마저 준다. 올 3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성과주의 확산에 속도를 내서 무사안일한 ‘신의 직장’ 이미지를 탈피하라고 주문할 정도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소득 상위 10%의 임금인상 자제와 기업의 추가 재원 마련으로 청년채용 확대에 활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과연 ‘자율 자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낙하산 인사’ 탓도 크다. 성과연봉제의 확산과 경영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고 정피아 관피아 인사도 막아야 한다. 빚이 쌓여도 잇속만 챙기는 공기업의 폐해를 방치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연봉#한국예탁결제원#한국투자공사#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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