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운호 구속때… 檢 ‘경찰과 유착’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현직 경찰관 2명 연루 첩보 입수… 정운호 부인해 형사처벌은 못해
면세점-지하철상가 입점 로비 수사… 구명로비의혹 부장판사 재판부 변경

검찰이 100억 원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를 지난해 10월 구속한 뒤 정 대표 측과 경찰 간의 유착 의혹을 조사했던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부터 이듬해 7월까지 진행된 서울지방경찰청의 정 대표 원정 도박 사건 수사 당시 L 씨 등 현직 경찰관 2명이 정 대표 측의 로비에 연루된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10월 조사를 벌였다. 일부 경찰관이 도박 사건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서울지하철 내 상가 운영권이나 납품 이권을 정 대표 측에 요구했다가 도리어 정 대표 측에 약점을 잡혔다는 취지의 의혹이었다. 검찰은 경찰관의 근무지와 이력,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들과의 친분 등을 조사한 뒤 정 대표를 상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 대표가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하는 등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유착 의혹을 받은 경찰관들을 형사처벌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 혐의로 1심에서 실형 1년을 선고받은 정 대표가 항소심에서 보석이나 집행유예 석방을 위해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L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변경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9일 L 부장판사의 근무 부서를 형사합의부에서 약식명령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단독재판부로 변경했다. 법원 관계자는 “L 부장판사가 직접 대면 재판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서 재판부 변경을 요청해 왔다”며 “L 부장판사가 브로커 이모 씨(56)나 정 대표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비위 행위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L 부장판사는 골프 강사인 정모 씨와 지난해 11월 7박 8일간 미국 텍사스 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정 대표의 항소심 사건을 처음 배당받은 L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한 브로커 이 씨가 정 대표의 다른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한때 유흥주점 실소유주였던 이 씨는 정 대표의 변호인이었던 전직 검사장 A 씨 및 서울지하철 상가 입점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모 정치인과 고교 동문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서울지하철 구내에 화장품 상가를 입점해 현재 영업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 사업과 관련해 검찰 조사에서 “지하철 상가 운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010년경 서울메트로 관련 대관 업무를 하던 이 씨에게 공무원 로비자금 명목 등으로 약 9억 원의 뒷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정 대표는 서울지하철 상가 운영권 인수 자금으로 김모 씨(51)에게 160억 원을 건넸는데, 김 씨는 160억 원 중 20억 원을 가로챘다가 기소돼 올 2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정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추적 중인 브로커 이 씨를 검거하는대로 롯데면세점에 네이처리퍼블릭 상가가 입점하는 과정에서 개입된 거액의 로비 의혹과 서울지하철 상가 입점 로비 의혹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운호#원정도박#네이처리퍼블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