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美대통령 당선되면… 1면 톱기사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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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민자 추방 시작’
보스턴글로브紙, 가상지면 소개… ‘무역전쟁 우려 주가 폭락’ 기사도
사설에서 ‘정치선동 독재자’ 규정… “공화 전당대회서 새인물 뽑아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진짜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는 9일자 신문에 ‘공화당은 트럼프를 멈춰 세워야 한다’는 사설과 함께 1년 후인 2017년 4월 9일자 가상의 1면 지면을 공개했다.

트럼프의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실린 톱기사의 제목은 ‘국외추방이 시작된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불법 이민자의 대량 국외추방을 실행할 이민관세단속국(ICE) 인력을 3배로 늘릴 것을 요구했으며 이에 반발하는 폭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1면 사이드 톱은 미국의 중국 및 멕시코와 무역전쟁 우려로 다우지수가 기록적인 하락세를 지속해 1년 사이에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는 기사다. 미군 병사들이 수니파 무장정파 ‘이슬람국가(IS)’ 대원의 가족을 사살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있다는 기사도 비중 있게 실렸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보도도 실렸다. 선거 유세 기간 “기자들 중 70∼75%는 거짓말쟁이에 쓰레기”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토대로 언론 자유를 구속하는 ‘절름발이 법’(미국언론자격제한법·Limiting American Media Entitlement Act의 머리글자를 딴 ‘LAME Act’)도 입법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주름살 많기로 유명한 중국산 애완견(샤페이)의 이름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을 연상시키는 ‘마담 펑’으로 지어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귀여운 강아지를 사랑하고 여성을 사랑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과거 메르켈이라는 이름의 로트와일러(사나운 독일산 감시견) 사진을 올린 것과는 다르다”고 항변했다.

보스턴글로브의 사설은 트럼프를 ‘정치 선동 독재자’로 규정하며 “지구상에 이런 선동가가 나타난 선례는 많은데 모두 그 비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그 발언의 논리적 귀결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미국이 어떤 나라가 돼 있을지를 보여주려고 풍자적 지면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설은 또 트럼프가 전체 대의원의 과반 지지를 못 얻어 공화당 중재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를 뽑게 될 경우 그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지율 1위인 자신이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하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선동꾼의 위협에 굴복하느니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원칙에 입각해 전당대회에서 새 인물을 뽑으라”는 것이다. 사설은 트럼프 대신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나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를 선택할 것을 주문하며 경선 2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럼프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발행되는 보스턴글로브는 144년 역사와 퓰리처상 23회 수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지다. 2001년 보스턴 지역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파문 보도 과정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로 화제가 됐다. 발행부수는 24만5000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불법이민자#트럼프#美대통령#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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