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수사극 러브라인 없어도 ‘심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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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시그널’

‘시그널’ 6회에서 대도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던 차수현 형사(사진)가 목숨을 잃는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변하는 드라마에서 다른 배역들의 활약이 그의 생존으로 연결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tvN TV 화면 캡처
‘시그널’ 6회에서 대도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던 차수현 형사(사진)가 목숨을 잃는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변하는 드라마에서 다른 배역들의 활약이 그의 생존으로 연결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tvN TV 화면 캡처
“미제 사건은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 모르니까 잊을 수가 없는 거야. 하루하루가 지옥이지.”

tvN 드라마 ‘시그널’(금토 오후 8시 반) 속 형사 차수현(김혜수)의 한마디. 그의 말처럼 드라마 속 형사들은 수십 년이 지나 잊혀 가지만 누군가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2015년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과 ‘과거 형사’ 이재한(조진웅)이 오후 11시 23분부터 1분 남짓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무전기의 ‘시그널(신호)’. 박해영이 미제 사건을 정리하고 건넨 단서로 이재한은 당시 사건의 현장에서 진범을 추적하고, 그의 활약으로 2015년 현재는 바뀐다.

‘시그널’은 미제로 남은 사건을 장기미제사건 전담팀 형사들이 해결해 가는 수사 드라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타임 슬립’이 더해지고, 그 과거는 2000, 1989, 1995년 등을 오가기에 언뜻 보면 어렵다. 하지만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 그 시절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 소재여서 낯설지 않다. 익숙해지고 나면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듯 그 시절 풍경이나 소품 보는 재미까지 생긴다.

미제로 남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드라마에서 팩션(faction·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으로 재구성돼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이 되고 진범도 잡힌다. 수년 동안 연쇄살인을 저지른 용의자가 갑자기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이유로 드라마는 ‘용의자에게 닥친 불의의 사고’를 가정한다. 단순한 주인공의 초능력이 아닌 단서를 바탕으로 한 단계적 접근과 해결법이 스토리 라인을 탄탄하게 한다.

한 사건의 기승전결에 필요한 시간은 2회 남짓. 6회까지 전개된 드라마는 유괴살인, 연쇄살인에 이어 대도(大盜)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전개되는 드라마의 각 사건은 옴니버스처럼 떨어져 있어 6회까지 전개된 드라마의 홀수 회 어느 지점을 치고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다.

요즘 드라마의 필수요소로 거론되는 러브라인, 막장 요소가 이 드라마에는 없다. 그랬기에 드라마 대본은 지상파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형사 차수현,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이재한, 경찰을 싫어하지만 경찰이 돼 조직의 실책을 하나씩 바로잡는 박해영 캐릭터를 보면 러브라인 하나 없이도 ‘심쿵’한다. ★★★★(별 5개 만점)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시그널#김혜수#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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