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입시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치대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학생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상을 뒤엎고 ‘불 수능(어려운 수능)’으로 출제된 점과 최근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 치과병원 운영이 갈수록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6학년도 대입 정시에서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치의학과(정원 45명) 합격생 중 5명이 등록을 포기하는 바람에 차순위 대기자들이 추가 합격했다. 서울대 치의학과는 2015학년도 입시에서는 등록포기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연세대 치의예과(정원 42명)도 정시 등록포기로 인한 추가합격 규모가 지난해 5명에서 올해는 22명으로 크게 늘었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 중에선 매년 수도권 주요 대학 치대와 지방대 의대에 중복합격 하는 학생이 많고 대부분 의대를 택하지만 올해 그 규모가 늘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학과의 성쇠를 가늠할 가장 기본적인 자료는 신입생 경쟁률이다. 2014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 서울대 치의학과는 2014~2016학년도 동안 정시 경쟁률이 △5.5 대 1 △7.0 대 1 △7.0 대 1로 증가 및 유지 추세다. 반면 수시 경쟁률은 같은 기간 △4.3 대 1 △1.93 대 1 △2.13 대 1로 해마다 등락이 있었다.
연세대 치의예과는 같은 기간 정시 경쟁률은 △4.0 대 1 △5.8 대 1 △4.5 대 1로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수시모집(일반전형)은 △37.25 대 1 △38.45 대 1 △49.38 대 1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이처럼 정시냐 수시냐에 따라 경쟁률 추이가 달라지는 점만 놓고보면 치대가 쇠락한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매년 입시는 수능 난이도에 따라서도 다른 경향을 보였다. ‘물 수능(쉬운 수능)’인 해는 상향지원이 대세였고, 지난해 수능처럼 ‘불 수능’ 일 때는 안정지원이 주를 이뤘다. 수능이 쉬우면 평소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커트라인이 높은 학과라도 일단 써 보자”라는 기류가 강하게 퍼진다. 반대로 수능이 어려워 점수가 낮게 나오면 최상위권 학생들도 입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몸을 사려 안정지원이나 하향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 입학권에 있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한 단계 낮은 치대로 ‘안정지원’을 한 뒤, 복수 합격한 지방대 의대를 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명문대 치대보다는 지방대 의대가 낫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수년간 치대의 인기가 식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최근 치과병원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개원도 쉬운 상황이 아니다”며 “치대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 평가이사는 “치대보다는 의대에 진학하는 편이, 종합병원의 일자리 수요도 많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도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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