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김정은, 이스라엘 식으로 다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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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허문명 논설위원
1차 북핵 실험 6개월 뒤인 2007년 4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국장이 미국 백악관을 비밀리에 찾는다. 그는 딕 체니 부통령에게 시리아 사막에 건설 중인 원자로 사진을 보여주며 “영변 핵시설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어 북핵 시설 핵심 관계자가 시리아원자력에너지위원회(SAEC) 책임자와 나란히 찍은 사진도 내놓았다.

이스라엘도 북핵 저지

마침 미 정보 당국자로부터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이 199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2001년엔 북한 고위 당국자가 시리아를 방문했었다는 보고를 받고 있었던 체니 전 부통령은 “모사드가 제시한 정보를 통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회고록(‘나의 시대’·2011년)에서 전한다.

당시 이스라엘은 미국을 향해 “핵시설을 폭격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시리아의 보복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 희생을 우려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유엔을 통한 외교적 노력’을 권한다. 이에 대해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어떻게 이스라엘 운명을 유엔 손에 맡기는가. 미국이 못 한다면 우리가 하겠다”고 받아친 뒤 마침내 2007년 9월 6일 전투기를 출격시켜 시리아 핵시설을 폭격한다.

모사드가 북한 핵개발과 중동 테러조직 확산 저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징후는 또 있다. 2004년 세계를 놀라게 한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와 관련해 최근 많은 해외 정보당국과 북한 전문 미디어들이 모사드 개입설을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2013년 미 언론들은 ‘열차에는 12명의 시리아 핵과학자가 북한에 전해줄 핵물질을 갖고 타고 있었는데 모사드가 이를 알고 저지하기 위해 북한에 직접 요원을 침투시킨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북핵을 남의 일로 보지 않는다. 이스라엘 최대 영자지 예루살렘포스트는 북이 4차 핵실험을 한 지난달 6일 “북한이 시리아와 이란에 지속적으로 핵 기술을 전해줬다는 점에서 북핵 위협은 동아시아 국가들로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전 정보부 장관의 말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우리와 이스라엘은 공통점이 많다. 정부 수립 연도(1948년)도 같고 건국 직후 전쟁으로 나라가 망할 뻔한 위기를 겪은 것도 똑같다. 이스라엘은 1948년 인접국인 아랍 6개국 연합군의 침략을 받고 국민의 1%에 가까운 6000여 명이 숨지는 결사항전 끝에 전세를 역전시켜 이듬해 유엔의 중재로 휴전한다. 인구는 남한의 7분의 1, 영토는 5분의 1, 국내총생산(GDP)은 5분의 1이지만 국방비는 우리의 절반을 쓰면서 지난 70여 년간 중동전쟁과 헤즈볼라 등의 테러 공격에 맞선 전쟁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건국 이후 20여 년 동안 연평균 10% 성장률을 달성하며 국력을 키웠고 200여 기의 핵무기를 보유해 아랍 전체를 상대로 안보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는 ①철저한 자주국방 ②막강한 군사력으로 힘의 우위 유지 ③도발에는 가차 없는 응징과 보복 ④필요할 경우 선제공격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모사드는 국가안보의 첨병으로 세계 4대 정보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안보의존 벗어나야 한다

중동의 먼 나라 이스라엘까지도 북핵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우리는 계속 시간만 벌어주었다. 얼마 전 만난 전직 장성이 “한미동맹은 안보에 필수 불가결하지만 국방 의존성을 키워온 점도 있었다”고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북핵 실전배치는 수년 내에 이루어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을 문책 퇴진시키고 근본적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안보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북핵#시리아#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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