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세종대왕함이 최초로 식별…2단 로켓 위치 파악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7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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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7일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초 북한은 발사 기간을 8~25일로 예고했지만 6일 돌연 7~14일로 기간을 바꿔 국제기구에 통보했고 예고 첫날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 북한 “앞으로도 주체의 위성들을 더 많이 쏠 것” 주장

북한은 이날 “광명성 4호 발사가 완전히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우주개발국이 새로 연구개발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통신은 “운반 로켓 ‘광명성 호’가 7일 9시(한국 시간 9시 30분)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돼 9분 46초만인 9시 09분 46초에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자기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보도했다. 또 광명성 4호는 97.4도 궤도경사각으로 근지점고도(가까운 곳 고도) 494.6㎞, 원지점고도(먼 곳 고도) 500㎞인 극궤도를 돌고 있으며 주기는 94분 24초이라고 주장했다. 94분마다 한번씩 지구를 도는 위성이라는 의미다. 이 위성에는 지구관측에 필요한 측정기재와 통신기재들이 설치돼 있다고 통신은 주장했다.

통신은 “태양 조선의 최대의 민족적 명절인 광명성절(16일, 김정일 생일)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2월 주체위성의 황홀한 비행운은 김정은 동지와 우리 당, 우리 국가와 인민에게 드리는 가장 깨끗한 충정의 선물”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이른바 광명성절로 불리는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에 맞춰 발사가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통신은 이어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위대한 조선노동당의 과학기술중시정책을 높이 받들고 앞으로도 주체의 위성들을 더 많이 만리대공으로 쏘아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 세종대왕함이 최초로 북한 미사일 식별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1998년 이후 6번째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4차 핵실험(지난달 6일)을 감행해 국제사회를 긴장시킨지 한 달 만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고 추적하기 위해 서해상에 배치된 해군 이지스함 세종대왕함(탐지거리 1000km)은 이날 9시 31분 7초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항적을 포착했고 9시 32분에는 미사일을 최초로 식별했다. 앞서 공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도 9시 31분 2초경 최초로 미사일 항적을 포착했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은 총 1·2·3단 로켓과 위성덮개인 페어링으로 구성돼 있다. 발사 직후인 9시 32분경 1단 로켓은 서해상에, 페어링은 9시 36분경 제주 서남방에 떨어지는 등 예고한 궤도대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단 로켓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로켓 분리 등으로 진행되는 위성 탑재 로켓 발사 과정 중 2단계까지 분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북한이 2단 로켓이 오키나와 상공을 거쳐 필리핀 동쪽 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고한 가운데 현재 군 당국은 2단 로켓이 언제, 어디에 떨어졌는지 파악 중에 있다.

이날 오전 9시 36분경부터는 미사일이 우리 해군 이지스함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지점인 동창리발사장의 남쪽 790㎞ 위치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레이더망 추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미사일 자체가 아예 소실된 것이다. 발사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1단 로켓이 분리될 당시 온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270여 개의 파편으로 폭발했다는 사실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군 당국은 한미 1차 평가를 통해 “(로켓에 실린) 발사체가 궤도에 진입한 것이 맞다”고 밝히며 발사 실패설을 일축했다. 다만 군 당국은 위성이 궤도에 안착해 정상적으로 작동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 신호가 정상적으로 들어오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일단 판단을 보류했다.

● 박근혜 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 소집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국제사회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자 세계평화에 전면적인 재앙이라는 인식 하에 안보리에서 하루속히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군의 현존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한미동맹 차원에서도 대응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언제 어떻게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 각 부처는 국민이 정부를 믿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업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한미 양국, 긴밀한 공조 아래 강력한 대응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는 이날 정오부터 서울 국방부청사에서 한미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북한 장거리미사일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데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적 의무에 대한 위반이자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다.

국방부는 한미 양국이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한 한미 동맹의 확고한 대응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미 연합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과 더불어 미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와 함께 양자 차원의 독자제재를 할 것”이라며 “이번 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안보장관회의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안보리 주요 이사국들과 협의하고, 필요하면 뉴욕에 가서 안보리 이사국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안보리의 권능을 무시하는 북한의 태도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조숭호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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