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상 높인 국제구호… 진전 없는 북핵대응엔 피로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2015 대한민국 정책평가]<3>외교안보분야 10대 정책

인도주의 외교, 아프리카에도 손길 남수단에 유엔평화유지군으로 2013년 3월부터 파견된 한국 한빛부대 의무대 장병들이 종글레이 주 말루아샤 마을에서 현지 어린이들을 치료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인도주의 외교, 아프리카에도 손길 남수단에 유엔평화유지군으로 2013년 3월부터 파견된 한국 한빛부대 의무대 장병들이 종글레이 주 말루아샤 마을에서 현지 어린이들을 치료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 (그 사례로) 서아프리카에서 한미가 협력해 에볼라를 퇴치하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초 한 강연에서 한국의 인도주의 외교 성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빈곤과 전염병 퇴치 등 인도적 지원 분야는 미국이 ‘새로운 지평(뉴 프런티어)’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의 적극적인 공조를 요청하는 분야다. 일본이 감염 확산 우려로 외면했던 시에라리온에도 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에볼라 퇴치 의료진 24명, 지원대 11명을 파견하고 1260만 달러(약 146억 원)를 지원했다. 올해 4월 네팔 지진 때도 구조·의료팀, 지원대 등 46명을 파견하고 150만 달러(약 17억4000만 원)를 제공했다.

○ 국제구호에 관심 높아진 국민 정서 반영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의 ‘2015 대한민국 정책평가’에서 외교부의 ‘국제구호 활동 주도적 참여 등 인도주의 외교’는 평점 3.29로 호평을 받았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 효과성, 만족도 모두 긍정적이었다. 정책 목표의 명확성, 사회 현안 반영도에서도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네팔 지진 때 3만여 명이 30억 원을 개별적으로 기부하는 등 국제구호에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단은 설명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대외 기조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두 정책이 각각 2.99와 2.80으로 평균 이하 점수를 받아 전체 40개 평가 대상 정책 가운데 26, 34위에 그쳤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원론적 수준에서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정도이고 구체적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지 못하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역시 “취지에 상응하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 7, 8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 운행이 관심을 모았지만 실천 가능한 정책이 부족하고 북한에 실질적 도움을 줄 프로젝트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단은 지적했다. 특히 이 정책은 전문가와 일반인 설문에서 인지도 차이가 확연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김선혁 교수는 “외교안보 정책 전반적으로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조차 정부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공통의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북핵·북한 문제 진전을 위한 전략적 공조 강화 정책’은 2.74로 외교안보 정책 10개 평가 대상 가운데 9위였다. 이 정책은 실현 가능성, 책임성, 효과성 지표에서 평가가 낮았다. 북핵 6자회담이 2008년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위협 지속으로 인한 피로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사안이 중대하나 가시적인 성과가 따라주지 못하면서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평가도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 ‘탈북민 맞춤형 지원’ 목표 명확성 1위

통일부의 탈북민 맞춤형 정착 지원은 3.19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외교안보 분야 10개 정책 중 2위를 차지했다. 전 부처 40개 정책 중에서는 11위였다. 전문가(3.3)와 일반인(3.0)의 평가도 고르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도가 떨어지는 다른 외교안보 정책과 달리 삶에서 부딪히는 이웃인 탈북민의 사회 적응 문제를 다룬 정책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정책은 목표 명확성(3.73), 만족도(3.38), 사회 현안 반영도(3.21), 실현 가능성(3.11) 등 대부분의 평가 항목에서 3.0 이상으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특히 목표 명확성은 외교안보 정책 중 가장 높았다. 탈북민 지원에 대한 일각의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와 국민 상당수가 세금으로 탈북민 정착을 지원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는 “탈북민을 지원이나 시혜의 대상으로만 이해하기보다 남북한 통일과 통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이 통일 이후 남북 통합에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의 한반도 통합 물류기반 조성 추진 정책은 3.08로 보통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이 정책은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 경원선 남북 철도 연결 추진을 포함한다. 목표 명확성(3.55), 논리 연계성(3.36), 사회 현안 반영도(3.44)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가 나온 것은 국민 상당수가 남북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럼에도 실현 가능성(2.85), 효과성(2.66)에서 낮은 점수가 나온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 발굴과 현실화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한국형 미사일 방어 현실성 떨어져” ▼

국방부 北미사일 탐지능력 의문¨ 비리 줄이은 방위사업은 최악 평가

“방위사업청은 금전적 비리에 상시 노출돼 있다. 더 큰 문제가 야기되기 전에 곪아 터진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는 일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겠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지난해 11월 19일 취임하면서 조직 개혁을 가장 큰 과제로 내걸며 이같이 강조했다. 성능에도 못 미치는 불량 음파탐지기를 납품했다가 드러난 통영함 비리 사건을 시작으로 각종 방위사업 비리가 봇물 터지듯 나오는 상황에서 방사청 개혁은 조직의 존폐와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방사청의 방위사업 혁신 추진 정책은 평점 5점 만점 중 2.48점을 받아 10대 외교안보 분야 정책은 물론이고 40개 핵심 정책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방사청의 ‘자주국방력 강화를 위한 방위사업 추진’ 정책도 평균 3.1점으로 정부 부처 전체 40개 정책 중 24위에 머물렀다.

방위사업 혁신 정책으로 방사청이 추진하는 조직 개편(민군 비율을 5 대 5에서 7 대 3으로 변경, 과장급 직위 54% 교체 등)과 방위사업 정보 공개 등은 정책의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2.0점에 그쳤다. 평가를 진행한 고려대 행정학과 임현 교수는 “반복되는 정책 실패 탓에 이제는 정책적 노력을 통한 방위사업 혁신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체인(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사전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시스템)은 평점 2.89점으로 7위를 기록했다. 정책 목표는 명확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움직임 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병무청의 ‘산업기능제도 개선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 강화’는 국방 정책 중 가장 좋은 평가(3.14점)를 받았다. 현역과 보충역을 합친 배정 규모도 지난해 8000명에서 올해 8500명으로 늘렸다. 2018년까지 중소기업에서 복무하는 산업기능요원 규모는 연간 1만5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취재팀

※ 특별취재팀

△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
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
△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
△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
△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국제구호#북핵대응#외교안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