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이승준-이동준 ‘난감한 형제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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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코트에나선 이동준(왼쪽)과 이승준(오른쪽). KBL 제공
함께 코트에나선 이동준(왼쪽)과 이승준(오른쪽). KBL 제공
프로농구 SK의 이승준(37·205cm)과 이동준(35·200cm) 형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귀화 혼혈 선수로 한국 농구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던 형제는 올 시즌 처음으로 같은 팀에서 뛰면서 동반 부진의 늪에 빠졌다. 형제의 연봉을 합치면 5억4200만 원이다. 하지만 올 시즌 형제가 보여 주는 경기력은 연봉에 걸맞지 않다. 이승준은 20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4.8득점 2.2 리바운드를, 이동준은 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75득점과 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9위까지 처진 SK의 부진을 보면서 농구인들은 큰 의문을 갖게 됐다. 선수 스스로의 문제일까. 아니면 선수 구성이나 관리의 문제일까라는 궁금증이다.

SK 문경은 감독은 최근 이승준의 출전 시간을 꾸준히 늘려 주고 있다. 이동준에게는 속공과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는 역할을 주고 있다. 최근 부상으로 빠진 김민수와 박승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형제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형제는 문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형제의 경기력이 같은 팀에서 동반 상승할지 반신반의했는데 이렇게까지 무기력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이들의 원래 운동량이 100이라면 현재는 60∼70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 같다. 같은 팀에 있으면서 몸 관리가 소홀해지고 의지와 긴장감이 약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태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승준은 지난 시즌을 부상으로 쉰 뒤 맘고생을 하다가 SK로 와서 아직 눈치를 보면서 농구를 하고 있다. 이동준은 득점력이 있지만 지금 SK에서는 보조 역할로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형제의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형제가 동시에 잘 안 풀리다 보니 더 부담을 갖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디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할까. 쌍둥이 형제인 조상현 오리온 코치와 조동현 kt 감독도 연세대에서 같이 뛰었다. 조상현 형제는 이승준 형제와는 달리 함께 기량을 키우며 팀이 시너지 효과를 갖도록 했다. 조상현 형제를 지도했던 최희암 전 연세대 감독은 “조상현보다 기량이 다소 떨어졌으나 승부욕이 강했던 조동현에게 일부러 관심을 덜 주는 대신 자존심을 자극했다”며 “스스로 농구를 깨치고 기술적인 한계를 이겨 낼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줬더니 대학 2학년 때부터 잠재력이 터지더라”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SK가 이승준 형제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묘안을 짜낼지 주목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승준#이동준#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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