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봇 미니’ 타보니 뒤뚱뒤뚱 초보도 10분 연습으로 운전 OK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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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1인용 이동수단의 혁명]

본보 김성규 기자가 24일 샤오미의 ‘나인봇 미니’를 직접 타보고 있다. 안양=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본보 김성규 기자가 24일 샤오미의 ‘나인봇 미니’를 직접 타보고 있다. 안양=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거 여기서 만드는 거여?”

나이 지긋한 건물 경비원 아저씨가 일부러 다가와 말을 걸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다. 이것은 바로 샤오미의 ‘나인봇 미니’. 발표되자마자 국내에서도 ‘35만 원짜리 세그웨이’로 엄청난 관심을 끈 바로 그 제품이다.

아직 국내 판매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허니버터칩’ 수준의 제품이라 직접 만나니 영광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기자는 샤오미 제품의 수입 판매를 준비하고 있는 ㈜와이브의 도움을 받아 24일 오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와이브의 사무실 인근에서 ‘나인봇 미니’를 체험해 봤다.

일단 가운데 있는 ‘무릎바’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들어 봤다. 무게는 12.8kg으로 묵직한 느낌. 하지만 계속 들고 다닐 물건은 아니니 상관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잠시 동안 들고 다니기에는 큰 무리가 없을 듯했다. 크기는 확실히 일반 세그웨이에 비해 작아서 짧은 거리를 들고 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앞쪽에 달린 전원 버튼을 누르니 배터리 잔량이 파란색으로 표시되며 불이 들어온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스스로 서 있을 수 없어 기대 놓아야 하지만, 전원을 켜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선다.

이제 타 볼 차례. 와이브 직원이 “아마 처음엔 저를 잡고 있으셔야 할 겁니다”라며 팔을 내민다. 실제로 처음에 두 발을 모두 올리고 중심을 잡으려니 진자(振子)처럼 나인봇 미니가 앞뒤로 왔다 갔다 해서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기자의 무게중심이 앞뒤로 움직이다 보니 나인봇 미니가 그에 반응하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느낌이었다. ‘과연 이게 적응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어 와이브 직원에게 얼마 만에 익숙해졌느냐고 물어봤다. “두어 번 타니까 되던데요?”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일단 앞뒤로 왔다 갔다 해 보기. 무게중심을 싣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원리는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불안해서 스스로 무게중심이 흔들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느샌가 몸에 힘이 덜 들어가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시계를 보니 처음 탄 지 고작 5분이 지나 있었다. 무릎으로 가운데 무릎바를 건드려 볼 차례. 무릎으로 무릎바를 왼쪽으로 밀면 미는 방향으로 도는데, 계속 밀면 제자리에서 회전한다. 처음에는 무릎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게 많이 어색했지만 역시 차츰 익숙해졌다.

어느 정도 회전이 가능해지자 이제는 앞으로 움직일 때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면서 갈 수 있게 됐다. 처음 탄 지 약 10분 만에 움직이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됐다. 참고로 최고 속도는 시속 16km인데, 스마트폰과 연동해 속도 제한을 걸어놓을 수 있다.

찻길 옆 인도로 조심조심 나가 봤다. 어느 정도 경사진 길도 무리 없이 오르고 조금 울퉁불퉁한 길도 다니는 데 무리는 없었다. 다만 문제는 ‘턱’이었다. 턱을 지나면 확실히 무게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는데, 이때 넘어지거나 나인봇 밖으로 튕겨 나갈지 여부는 전적으로 타는 사람의 균형감각에 달려 있을 듯했다. 기자도 얕은 턱을 지날 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나인봇 밖으로 발을 뺄 수밖에 없었다. 초보자의 경우, 웬만하면 보호 장구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후진할 때 방향 조정. 차 핸들을 돌리는 것처럼 후진하면서 왼쪽으로 힘을 주면 왼쪽으로 도는 것이 직관적인데, 나인봇 미니는 오른쪽으로 돌았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 물론 익숙해지면 괜찮겠지만 헷갈리는 것은 분명했다.

또 앞서 출시된 ‘나인봇 미니 프로’처럼 무릎바를 연장해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캐리어 끌고 다니듯이 끌 수 있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그런 장치가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30여 분간 타 본 결과, 분명 이동을 쉽고 재밌게 만들어줄 기구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턱만 없다면 웬만한 길은 다니기 쉽다. 이동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될 듯했다. 스마트폰으로 연동하면 원격으로도 움직이게 할 수 있으니 진짜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도 있겠다 싶었다.

현재 해외 직구로 구하려면 운송비와 관세 등을 합쳐 50만∼60만 원 정도지만, 추후 정식으로 수입된다면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회 완충에 걸리는 시간은 4시간,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22km다. 바로 이것이 ‘오늘 보는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안양=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나인봇#이동수단#세그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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