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에 ‘옷 입는’ 플레이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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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사진 앞으로 쓰지 않을 것”… 젊은층 겨냥해 대대적 변신 선언

포르노 잡지의 대명사 ‘플레이보이’가 여성의 누드 사진을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야한 사진은 물론이고 동영상까지 넘쳐나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1953년 창간된 플레이보이는 ‘당신이 18∼80세 남자라면 의미 있는 잡지’라는 창간사처럼 두 세대가 넘게 개방적 성문화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해왔다. 이 잡지와 함께 다양한 성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플레이보이사는 나비넥타이를 맨 토끼 모양의 플레이보이 로고가 애플과 나이키 못지않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고 자랑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를 맞아 포르노 사이트가 넘쳐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1972년 11월호로 700만 부 이상을 찍던 플레이보이의 부수는 현재 80만 부로 줄었다. 미국 시장만 놓고 보면 매년 300만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렇지만 플레이보이사는 잡지 출간보다 브랜드와 로고 라이선스 사업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실제로 잡지 발간이 불허된 중국에서 라이선스 사업으로 전체 수입의 40%를 올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누드 사진을 빼기로 한 결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플레이보이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웹사이트에서 전신누드 사진을 없앴다. 그 결과 접속자의 평균 연령이 45세에서 30세로 젊어졌고 접속 횟수도 월평균 400만 건에서 1600만 건으로 뛰어올랐다. 소셜미디어에서 통용되도록 노골적이지 않되 적당히 자극적인 이미지로 승부를 건 것이 더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플레이보이 창간인이자 현직 편집장인 휴 헤프너(89)는 지난달 이를 보고받고 창간 62년 만에 대대적인 디자인 혁신 착수에 동의했다고 한다. 내년 3월호에 첫선을 보일 잡지는 ‘좀 더 접근 가능하고, 좀 더 친숙하게’를 모토로 매력적인 여성의 노출 사진을 쓰되 ‘PG13’(부모 동반하에 13세 관람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문제를 다루는 고정 칼럼의 필자로 여성을 발탁할 예정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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