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國定化 논란 말라”는 대통령 발언으론 국민 설득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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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미국 방문에 앞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나라와 국민경제가 어렵다”며 “정치권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 분열을 일으키기보다는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뤄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인한 야권의 반발과 국정 혼란을 경계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국정화 논란을 불필요한 것으로 일축하면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나왔다.

국정화는 사실상 박 대통령의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황우여 장관도 국정화 강행을 주저하다 막판에 마지못해 돌아섰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도 애초에는 황 장관에게 검정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장관이 접촉한 국사학계 인사들도 대부분 “국정화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밀어붙인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뒷말까지 나온다.

국정화 발표 이후 처음 나온 박 대통령의 설명은 기대에 미흡했다. “국민의 미래를 위해, 특히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올바른 역사관의 확립이 중요하다”는 말은 지당하지만 올바른 역사관이 왜 국정화를 통해서만 가능한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동북아와 그 주변의 지형 변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는 대목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현재 한국사 검정 교과서 대다수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훼손하는 좌편향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육부는 검정체제에서 집필기준 하나 똑바로 정하지 못하고 검정 실패의 무능함을 드러냈다. 국사학계, 특히 현대사 분야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국정화가 최선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국정화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박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독단적인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제안한 국정화 관련 2+2 회담을 거부했다.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국정화는 논란의 여지없이 옳다는 태도다. 정부 여당이 결정하면 그저 따라오기만 하라는 식으로는 국론 분열을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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