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때 회사 핵심기술 빼돌려 동종업체 차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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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짜고 카메라렌즈 제조 시도… 경찰, 영업기밀 유출 혐의 7명 검거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퇴직하면서 회사의 핵심 기밀인 렌즈 제작도면을 빼돌려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설립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회사의 영업 비밀을 빼돌려 사용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 씨(41)를 구속하고 정모 씨(44)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DSLR 카메라용 렌즈 등을 만드는 연매출 500억 원 규모의 A업체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해외영업팀장 자리에 있던 김 씨는 지난해 A업체 유럽 총판업자인 폴란드인 H 씨(37)와 동종업체를 설립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공모 직후인 지난해 3월 퇴사하면서 A업체의 영업 비밀인 거래처 정보와 렌즈 원가 등을 빼돌렸고 그해 8월에는 H 씨로부터 33억 원을 투자받아 B업체를 설립했다. 이어 김 씨는 A업체 설계 분야에서 일하던 정 씨 등 6명에게 B업체 입사를 약속하고 광학렌즈 제작도면과 신제품 개발계획까지 빼돌려 카메라용 렌즈 제조에 나섰다. 경남 창원시 A업체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불과한 B업체 공장에서 A업체의 기술을 이용해 제품 생산을 시도한 것이다.

김 씨의 범행은 그가 e메일 계정 자동 로그인 설정을 남겨둔 채 A업체에 반납한 노트북컴퓨터를 넘겨받아 쓰던 다른 직원이 김 씨의 e메일을 보는 바람에 발각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B업체를 찾았을 때는 제품 양산을 앞두고 회사 간판을 달고 있었다”며 “피해 업체는 이번 사건 적발로 70억 원가량의 경제적 피해를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핵심기술#동종업체#카메라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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