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과 협력할 평화통일, 자유민주 체제가 분명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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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방중(訪中) 귀국 비행기에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의 핵실험 같은 도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평화통일뿐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은 옳다. 박 대통령이 미국의 불편한 시선을 무릅쓰고 중국 열병식 참관까지 한 것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협력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에 이르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한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주변국 특히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두 정상이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누고 교감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과 중국의 한반도 전략을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지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인 2일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한반도가 조속히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시 주석은 ‘한반도가 장래에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했다고 한다. 중국의 신원왕(新聞網)에서 “시 주석은 ‘자주적인 평화통일’ 실현을 바란다고 했다”고 보도한 것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시 주석이 말한 자주적인 통일이 외세 개입 배제를 뜻하는 것이라면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 통일과 다를 바 없다.

한국은 통일의 구체적 방법을 놓고 동맹인 미국과도 아직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단계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통일의 비전을 강조해도 현실적으론 넘어야 할 산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는 데서 나아가 한반도 전체를 중국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매력 공세’를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군부에선 작년 2월 한반도 통일에 대해 영토 및 영해 분쟁 철저 해결, 외국군대 철수시간표 제시 등 6대 선결조건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중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더라도 한반도 통일을 보는 시각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통일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 등 대한민국의 안위와 직결된 사안까지 중국과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으로 우리의 전통적 우방인 미국 일본과의 관계가 소홀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중국의 ‘군사굴기(굴起)’를 톈안먼 광장에서 목도하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하는 국민도 많다. 특히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한반도 이해 당사국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얻어내려면 국가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통일 문제까지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신외교 전략’이라면 그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평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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