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담 타진… 푸틴과는 ‘러 홀대’ 앙금 풀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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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2일 訪中]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전승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동북아 외교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빈이 된 박근혜 대통령과 주최국을 대표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밀한 관계가 단연 관심을 모은다.

○ 중국, 박 대통령 참석에 심혈 기울여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31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여러 차례 우리 정상에게 각별한 의전과 대우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왔다”고 말했다. 주최 측인 시 주석에게 박 대통령은 그만큼 중요한 손님이다. 중국이 행사 일정을 한국과 협의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참석을 위해 공을 들였다.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정상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2일 인민대회당에서 박 대통령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만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리 총리가 경제담당이기 때문에 외형상 한중 경제협력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더 깊은 포석도 있다. 리 총리는 한국이 올해 말까지 개최하려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중국 측 참석자다.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목적 가운데 하나가 ‘한중일 정상회담 촉진’인 만큼 리 총리와의 만남은 정상회담 예비 접촉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 또 다른 관심인 박 대통령-푸틴 만남

이번 방중에서 주목을 끄는 또 다른 만남은 한-러 정상의 조우다.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에 윤상현 대통령정무특보를 보냈던 박 대통령은 9월 중국 행사에 본인이 직접 참석한다. 이런 ‘차별’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2013년 11월 푸틴의 한국 방문 이후 아직 러시아를 답방하지 못한 사정도 설명해야 한다. 한국은 올해 핵심 대외 정책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동유럽·중앙아시아 개방 경험을 북한에 이식)를 이행하기 위해 러시아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동시에 서방 국가들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라는 이중적인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전승절 직후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주관하는 ‘극동경제포럼’에 한국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홍균 외교부 차관보를 보내 친목을 도모할 계획이다.

○ 북-미-일 참석자는 엑스트라급

중국과 관계가 불편한 북한 미국 일본은 각각 정상급 행사에 ‘격(格)’이 못 미치는 인사를 대표로 파견한다. 북한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대표로 보내기로 했다. 통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대신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외 행사에 참석하던 것과 대비된다. 중국이 북한 대표를 박 대통령과 함께 ‘외국 지도자’(30명) 명단에 포함해 예우한 점은 주목된다. 미국은 열병식에 맥스 보커스 주중 대사를 파견하며 일본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를 보낸다. 전승절 행사가 ‘항일 전쟁 승리’라는 명칭이 붙은 데다 무력 시위 성격의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이어서 패전국인 일본이 정부 대표를 참석시키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미일이 중국과 대립각만 세운다고 보는 건 단견이 될 수도 있다. 9월 하순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열병식 갈등은 미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건강만 허락했다면 9월 방중을 강행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중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중일 사이에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양국 모두 갈등 수위를 적정선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한중일#정상회담#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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