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한명숙 유죄’ 화풀이로 국회 무산시킬 때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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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결산을 의결해야 할 8월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어제 무산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청와대, 국가정보원, 국방부, 검경, 사법부 등 주로 권력기관에서 쓰는 특수활동비 문제를 다루는 ‘특수활동비 개선 소위’를 예결특위 산하에 설치하자고 제의했다가 새누리당이 거부하자 본회의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19대 국회는 임기가 시작된 2012년부터 올해까지 한 번도 예산안 결산의 법적 처리시한(8월 31일)을 못 지킨 국회가 된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예산안 심의는 치열하게 하면서 정작 그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따지는 데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야당이 문제 삼는 특수활동비는 정보활동과 사건수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2013년 결산 기준으로 집행된 특수활동비가 8294억8400만 원인데 이 중 국정원이 55.1%를 썼다. 영수증 없이 쓸 수 있어 ‘권력의 쌈짓돈’ ‘눈먼 돈’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은 만큼 쓰임새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하필 지금 제기해 본회의까지 무산시켜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명숙 (전 의원) 판결과 관련해 특수활동비를 통해 화풀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해킹 의혹과 검찰의 권은희 의원 기소에 대한 야당의 보복이거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정기관의 손발을 묶으려는 의도라는 의심도 나온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탄핵소추안과 특수활동비로 국면 전환의 시동을 건다”고 말해 정국 주도를 위한 ‘기선잡기용’임을 고백했다.

특수활동비 개선이 필요하면 차후에 정보위 등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하면 된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때 홍준표 경남지사가 국회 운영위원장을 하며 받았다가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는 의원들의 특수활동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고질병처럼 정치적 계산에 따라 국회를 무산시키는 ‘발목 잡기’나 하니까 지지율이 안 오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안보 위기만 위기가 아니라 경제 위기, 민생 위기도 대한민국을 좌초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여야는 소리(小利)를 탐하는 정쟁을 접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이런 위기 극복에도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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