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稅혜택’ 기부금 12兆 부실관리에 혈세 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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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영수증 발급-사용내용 은폐… 일부 기부금단체 편법으로 운용
지출 항목-회계 검증 강화해야

12조4900억 원.

올해 4월 정부가 발표한 ‘2013년 한 해 우리나라 기부금 규모’다. 지난달 정부가 확정한 올해 추경예산과 맞먹는 규모의 큰돈이지만 일부 기부금단체의 방만한 운영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부금단체들이 어떻게 기부금을 걷고, 사용하고, 관리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기부금에 대한 혜택을 늘리기 전에 우선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부금단체들부터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기부금단체는 성실하게 운영되고 있었지만 일부 단체는 법인세와 증여·상속세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허위 영수증을 발급하거나 기부금 사용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기부금단체는 상속세를 내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불법 상속 수단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기부자 및 기부금단체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등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기부금단체의 부실 운영은 결국 나랏돈이 새는 셈이다.

울산의 A사찰은 220여 건(7억4000여만 원)의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다가 지난해 국세청에 적발됐다. 경기 성남의 B교회도 6억여 원어치의 허위 영수증을 발급했다가 적발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세무학회장)는 “종교법인들은 정보공시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기부금을 부풀려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의 C단체는 기부금을 공익 목적이 아니라 특정 단체를 위한 선물, 식사비로 사용했으며 2009년 지정된 서울의 D재단은 기부금단체의 지정 및 운영 의무 사항인 단체 홈페이지 개설과 사용 명세 공시 의무도 지키지 않고 있다.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도 부실 운영을 방치하고 있다. 기부금단체 지정에서 사후 관리감독까지 해당 단체가 스스로 작성해 제출하는 서류만으로 점검이 끝나고 별다른 현장 점검도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기부금단체가 2년마다 제출해야 하는 ‘의무 이행 여부 점검 결과 보고서’는 단체가 증빙서류 없이 이행 여부를 표시해 관계당국에 제출하면 끝이다. 법적으로 기부금단체들은 영수증 보관 의무만 있고 제출 의무는 없기 때문에 영수증을 아예 보관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홍 교수는 “일각에서는 기부금단체의 세금 혜택을 이용해 자녀를 임원으로 등록한 뒤 월급을 주는 등 편법 증여·상속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여러 부처에 나누어진 기부금 업무를 한곳으로 통합하고 책임지도록 시스템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서류상으로만 기부금단체의 기부금 사용 내용을 검토하지만 앞으로 현장 방문조사를 강화하고 정기적인 회계 감사를 진행해야 기부금이 걷히고 사용되는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6일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인 정부는 기부금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임현석 lhs@donga.com·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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