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뒤늦게 ‘트로피 사냥’ 단속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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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바깥에서도 사냥 금지”… ‘국민사자’ 동생 제리코는 “무사”

살아 있을 때 그는 짐바브웨의 ‘국민사자’였다. 올해 열세 살 된 수사자 세실은 남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최대 국립공원인 황기국립공원의 간판스타였다. 독특한 검은색 갈기를 자랑한 녀석은 6마리 암컷과 24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밀림의 왕으로 짐바브웨 도처에서 그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세실은 지난달 초 황기국립공원 밖에서 가죽이 벗겨지고 참수된 채 발견됐다. 처음엔 아프리카에 만연한 불법 밀렵꾼의 짓이려니 했지만 미국서 건너온 ‘트로피 사냥꾼’(기념품 삼으려고 야생동물을 죽이는 사냥꾼)의 취미를 만족시켜 주기 위한 함정 사냥에 희생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계적 공분이 일기 시작했다.

해당 미국인 치과의사의 병원 앞에 ‘살인마’ ‘겁쟁이’라는 피켓 시위가 벌어졌고, 야생동물 사냥의 중단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며칠 만에 수십만 명이 서명했다. 미국 야생동물보호협회(USFWS)는 지난달 30일 세실 사냥의 사실 관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돈 많은 외국인들의 트로피 사냥을 외화벌이로 활용해 온 짐바브웨 정부도 행동에 나섰다. 짐바브웨 공원 및 야생동물 관리청(짐파크)은 1일 “황기국립공원 바깥 구역에서의 사자와 표범, 그리고 코끼리 사냥을 즉각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허용했던 석궁을 이용한 사냥도 짐파크의 승인을 받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짐바브웨 정부는 세실 사냥을 도운 현지인 2명을 정식 기소하는 한편 미국 정부에 해당 치과의사의 인도를 요청했다.

한편 야생동물 보호 단체인 짐바브웨 야생동물보호 태스크포스(ZCTF)는 1일 밤 “오늘 오후 4시경 세실의 남동생이자 서열 2위인 제리코 역시 외국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리코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단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제리코는 세실과 프라이드(우두머리 수사자가 이끄는 사자 무리) 연맹을 이룬 동료 수사자로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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