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중요시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가출 10대에 뻥 뚫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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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지정된 부산항이 집 나온 중학생에게 뚫리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오후 9시경 부산 중구 부산본부세관 인근. 교복을 입은 채로 세관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S 군(15)이 세관 뒤편에 설치된 철문을 한동안 바라봤다. 그는 철문 아래 30㎝ 정도의 틈을 기어서 통과했다. 이어 약 170cm 높이의 펜스를 뛰어넘은 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를 거쳐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침입했다.

그는 터미널에서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선박으로 통하는 출입구에 진입해 일본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2만 t급 선박 안으로 들어갔다. 이 여객선은 이날 오후 9시경 출항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승객을 태우지 못한 채 화물만 싣고 18일 오전 3시경 일본으로 출항했다.

화장실에 숨어 있던 S 군은 내부에 비치된 안내 책자를 보고 일본행 여객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일본에 머물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선박 카페 카운터에서 현금 8만2000원을 훔쳤다. 그러나 오전 7시경 갑판 위를 서성대다 선원에게 발각됐다.

경찰 조사결과 경산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S 군은 범행 당일 방학식을 마치고 곧장 부산행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부모님이 1학기 성적표를 보면 크게 야단칠 것을 걱정했기 때문. 학기 초 성적표를 위조했다가 부모님한테 걸린 적이 있어 겁이 났던 S 군은 ‘섬으로 가출하겠다’고 결심하고 부산에 온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8일 S 군을 밀항단속법 위반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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