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과 대립각’ 유승민의 정치적 미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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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거취’ 갈등]TK 공천 불투명… 전국적 인지도는 급상승
대구 지역구 친박기류 강해… 대선주자 지지도는 여권내 4위로
劉, 1일 추경 당정협의 불참키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30일 본연의 업무에 집중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내일(7월 1일) 당정 협의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국회가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웅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당부했다. 하루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거취를 놓고 2시간 20분 동안 벌어진 치열한 공방을 애써 외면하는 표정이었다. 유 원내대표 측은 “정치 상황과는 관계없이 유 원내대표는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원내부대표는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하지 말고 청와대와 대화를 해서 풀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본인이 아직 거취에 대해 결심이 서지는 않았다”며 “아무리 주변에서 뭐라고 말을 해도 결국은 본인이 결심할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당초 1일 추경 당정협의를 주재할 계획이었으나 주재자가 원유철 정책위의장으로 급히 바뀌었다. 정부 측에서 친박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나서기 때문에 마주하는 것에 껄끄러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 부총리는 이어서 열리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협의 결과를 보고한다.

유 원내대표는 최대의 정치적 기로에 선 형국이다. 유 원내대표의 이번 결심은 원내대표직 사퇴 여부를 떠나 그의 정치적 미래가 걸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그의 지역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동을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유 원내대표를 정조준했다. 대구 현지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경쟁자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박 대통령의 6·25 ‘말 폭탄’이 의외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 원내대표는 여권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지난달에 비해 두 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전국구 인물로 급부상하게 된 셈.

대구 경북의 민심을 예의주시하는 유 원내대표는 내심 호흡을 길게 가져갈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직 사퇴 여부에 매달리는 차원을 넘어서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유 원내대표가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얘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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