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전 이틀전 北 “명령만 내리면 南고속정 즉시 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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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13주년]
북한군 교신내용 13년만에 공개
한철용 당시 대북감청부대장 “상부묵살 안했으면 막을수 있었다”

“고속정과 3마일까지 접근했다.”

“고속정 5척이 빙빙 돌고 있다.”

“임의로 사격하지 말 것.”

“사격명령이 있으면 즉시 사격하겠다.”

“330도 방향으로 변침(배 방향을 바꿈)할 것.”

북한이 제2연평해전을 벌이려는 의도가 생생히 담긴 첩보 원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2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5개 교신 원문은 제2연평해전이 일어나기 이틀 전인 2002년 6월 27일 있었던 내용이다.

제2연평해전 당시 우리 군의 대북감청부대(5679부대)장이던 한철용 육군 예비역 소장(69·육사 26기·사진)이 200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군 기밀인 ‘블랙북’(북한 첩보 관련 일일보고서)을 들어 보이며 북한의 도발 징후 첩보가 있었다고 폭로했던 증언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교신 원문인 것이다. 당시 한 전 부대장은 대북 첩보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다.

이 5개 교신은 일명 생첩보, 즉 가공하지 않은 첩보 원문이다. 당시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발포 명령만 내리면 바로 발포하겠다’는 내용은 이 5개 교신 중 ‘사격명령이 있으면 즉시 사격하겠다’라는 교신이 가장 핵심이라고 보고 ‘사격’이라는 표현을 함정 도발에 맞게 ‘발포’로 고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한 전 부대장은 이 모든 첩보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군 수뇌부는 “우리 군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제2연평해전은 우리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전투였다”며 “당시 대북 첩보를 묵살하고 우발적인 사건이라며 덮으려고 했던 군 수뇌부의 안이한 태도가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전 부대장은 “당시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화라는 착각에 젖어 있었다”며 “첫 대북 위협 첩보를 보고한 다음 날(6월 14일) 열린 군 정보 수뇌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북한이 제1연평해전 3주년(15일)을 계기로 보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반응만 돌아왔다”라고 회상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제2연평해전#한철용#북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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