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해상패권 우려”… 中 “인공섬 저지땐 전쟁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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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높아지는 갈등 파고

해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중국의 국방백서 발표(26일)를 계기로 영유권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 문제가 미중 간에 뜨거운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측에선 중국이 해상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고, 중국 관영 언론은 이에 맞서 “미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저지하려 한다면 전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중국이 이번 백서에서 “세계대전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세계는 여전히 현실적이고 잠재적인 국지전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현 안보 상황을 규정한 것처럼 미중 간 군사 충돌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등 아시아 관련국 국방장관들이 총집결하는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29∼31일 싱가포르)에서 남중국해 갈등이 어떤 식으로 논의될지 주목된다.

싱가포르 S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의 리처드 비칭거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국방백서는 샹그릴라 대화를 앞두고 하나의 표지판을 세운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남중국해 난사 군도의 산호초 중 하나인 융수 섬(위쪽 사진)에 중국이 전투기 활주로 등 군사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또 다른 산호초 메이지 섬.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미국은 “매립지에는 영토 주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동아일보DB
남중국해 난사 군도의 산호초 중 하나인 융수 섬(위쪽 사진)에 중국이 전투기 활주로 등 군사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또 다른 산호초 메이지 섬.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미국은 “매립지에는 영토 주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동아일보DB

○ 중국의 잇단 ‘무력 투쟁 불사’ 강경 반응

중국 국방부가 백서에서 남중국해 영토 갈등에 개입하는 미국에 대해 ‘무력 충돌’ 가능성을 명시하자 이번에 관영 언론이 포문을 열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사설에서 “만약 미국의 마지노선(bottom line)이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저지하는 것이라면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만약 그런 때가 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국과의 해상 패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이 ‘전쟁 불사’까지 거론하며 남중국해 수호 의지를 밝히는 것은 최근 미국의 개입이 ‘마지노선’을 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일에는 미군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이 난사(南沙) 군도 융수 섬(永暑礁·파이어리크로스 암초)의 4572m 상공을 날며 정찰활동을 벌이다 8차례의 경고가 이어진 후에야 떠났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섬의 12해리 안으로 군함과 항공기를 보낼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도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남중국해 인공섬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종전에는 관련 구조물이 군사 시설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입장이었다.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건설 활동은 필요한 군사적 방어 기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의 어우양위징(歐陽玉靖) 변방·해양사무사 사장(국장)도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난사 군도는 중국 영토로, 필요한 군사적 방어시설을 배치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중국이 도를 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관련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미국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프 래스키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군사력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미군의 남중국해 정찰에 대한 중국의 비난과 관련해 “이것은 항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우리 임무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안보 상황을 미국의 국가안보와 세계경제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상황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백서는 중국이 지역 헤게모니를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이라며 “육지뿐만 아니라 해상에서 국방력을 키워가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랜디 포브스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해군력소위원회 위원장(공화·버지니아)은 26일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미 국방부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은 왜 필사적? ‘남중국해는 중국의 생명줄’

중국은 남중국해의 시사(西沙) 군도에서는 필리핀, 난사 군도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중사(中沙) 군도의 황옌(黃巖) 섬에서는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 규모는 남중국해 전체 356만 km²(한반도 22만 km²의 약 16배)의 90%에 이른다.

중국에 남중국해는 수입 석유의 80% 이상이 지나는 ‘생명줄’과 같은 길목이자 군사적으로도 태평양 등으로 나아가는 데 꼭 거쳐야 할 통로이다. 이곳이 막히면 사실상 대륙에 갇히게 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지와 바다의 실크로드)’ 구상에서도 남중국해는 요충 해역이다. 상당 기간 방치되었던 이곳에 중국이 인공섬 건설을 통해 점차 ‘영토 영해화’하는 작업을 강화하고 나서 주변국과 미국으로서도 더는 방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해상패권#인공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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