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경쟁, 현대車가 한발 빨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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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판매 쏘나타에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세계 첫 탑재

《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사업가 홍길동 씨(가상인물·39)는 공항에 바이어를 마중 나가려고 현대자동차 ‘쏘나타’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그의 스마트폰을 휴대용저장장치(USB)를 통해 자동차에 연결했다. 곧 쏘나타는 8인치 멀티미디어 화면에 알림창을 띄워 홍 씨에게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공항으로 설정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홍 씨가 “예”를 클릭하자 곧바로 내비게이션이 작동했다. 》  
배가 고픈 홍 씨가 “크리스피크림(도넛)으로 데려다 줘”라고 말하자 내비게이션 목적지가 바로 바뀌었다. 음악이 듣고 싶어지자 멀티미디어에 내장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스포티파이’를 실행해 음악을 들었다.

스마트폰을 차량에 연결해 ‘안드로이드 오토’를 실행한 모습. 8인치 디스플레이에 홈 화면이 구현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스마트폰을 차량에 연결해 ‘안드로이드 오토’를 실행한 모습. 8인치 디스플레이에 홈 화면이 구현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앞으로 미국에서는 홍 씨 같은 운전자들을 자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커넥티드 카’(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현대차가 구글의 차량용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세계 최초로 쏘나타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법인(HMA)은 26일(현지 시간) “2015년형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쏘나타에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26일부터 적용했으며 점차 다른 모델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차량을 USB로 연결하면 안드로이드 오토가 작동한다. 스마트폰 기능을 차량 디스플레이에 옮겨와 사용하는 점에서 ‘미러링’ 기술과 유사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을 차량용 인터페이스에 맞게 재구성(렌더링)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기술이다. 이는 차량이 직접 통신망에 접속하는 커넥티드 카로 나아가는 기본 단계로 평가된다.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인 5.0 ‘롤리팝’ 운영체계(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 오토’ 앱을 내려받은 뒤 대리점에서 차량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받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쏘나타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은 △구글 맵을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 △구글의 비서 서비스 ‘구글 나우’ △전화 및 메시지 △음악과 라디오 재생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이다. 또 쏘나타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i하트라디오’ ‘튠인’ ‘NPR’ ‘스티처’ ‘스카이프’ 등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서드파티) 앱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안전 문제로 안드로이드 오토가 작동되는 동안 스마트폰은 잠겨 사용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유튜브’ 등 영상 시청 앱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아예 제외시켰다.

다만 국내용 쏘나타엔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영어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또 서비스의 핵심은 구글 맵과 연동한 내비게이션인데,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글이 정부로부터 전자지도를 받으려면 한국에 서버를 둬야 한다. 그러나 구글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커넥티드 카 개발은 세계 자동차업계 화두다. 자동차가 통신망에 접속해 장애물과 다른 차량을 인식하고, 기타 정보를 수집하는 자율주행차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구글과 애플이 주도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월 현대·기아차, 제너럴모터스(GM), 혼다, 아우디가 창립 멤버로 가입해 기술개발 등을 공동으로 하는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를 출범시켰고 현재 28개 자동차업체가 가입해 있다. 연내 포드, GM, 혼다, 폴크스바겐이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카플레이’ 군단에는 현대·기아차와 르노, BMW, 재규어, 랜드로버, 포르셰 등이 가입했다. 애플은 지난해 페라리 ‘FF’에 카플레이를 적용한 차량을 소규모로 시범 양산해 판매했다. 연내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볼보가 카플레이를 적용한 양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커넥티드 카는 자동차업계 3대 메가 트렌드인 친환경, 안전, 편의 중 편의의 주축을 담당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현대차의 시도는 의미 있다”며 “자동차업체는 IT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스마트카#현대#쏘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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