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비로 주식투자-피자배달-아들 용돈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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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12개 국립대 교수 19명 적발
군대간 아들-유령 연구원 등록해 유용… 주식에 2억원-해외서 장난감 구입도

부경대 교수 A 씨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연구비로 1억3485만 원을 받았다. A 씨는 아들을 연구원으로 등록한 뒤 2010년부터 21회에 걸쳐 1003만8000원을 아들 계좌로 보냈고, 아들은 이를 개인적으로 썼다. 이때 A 씨의 아들은 군 복무 중이었다. 연구원 인건비를 아들 용돈으로 유용한 셈이다.

같은 대학 교수 B 씨 역시 2012년부터 3년 동안 4억4505만 원의 연구비를 받아 이 가운데 1338만4000원을 허위 연구원으로 등록된 아들에게 보내 개인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감사원은 2014년 9월부터 10월까지 서울대 등 12개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국가 R&D 참여연구원 관리실태’ 감사를 벌여 이처럼 연구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교수 등 19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고 26일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교수들이 연구비를 빼돌리는 대표적 수법은 허위 연구원 등록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연구원으로 등록한 뒤 인건비 등을 챙기는 것이다.

인건비 통장은 교수가 직접 관리하며 사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았다.

경북대 교수 C 씨는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인건비를 받는 통장을 자신이 관리하며 이 돈을 주식 투자에 사용했다. C 교수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연구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연구비 3억800만 원 가운데 2억5000만 원을 주식 투자에 썼다.

감사에 적발된 C 교수는 “구상 중인 벤처사업의 출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참여 연구원들의 구두 동의를 받아 사용했다”며 “은행 금리가 낮고 주식 투자에 자신이 있어 투자를 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C 교수에 대한 파면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연구비를 생활비로 사용한 경우도 감사원에 적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 부교수 D 씨는 연구비 계좌로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일부를 생활비로 썼다. D 씨는 연구비로 집에서 피자를 배달시키거나 해외에서 장난감을 구입하기도 했다. D 씨가 연구비로 받은 6억2900만 원 가운데 개인 용도로 사용한 액수는 3615만 원이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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