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고령화-복지 등 공통과제부터 손잡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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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아사히 공동심포지엄]한일 정치학자들의 관계개선 제언
“양국 정치가 대립-편견 조장해와… 시민들 깨어나 탈정치 협력 시급
미래재단 설립해 과거사 해결을”

한국과 일본의 정치학회 소속 학자들이 23일 일본 삿포로 홋카이도대에서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한일 관계의 미래를 향한 제언들을 던졌다. 이번 심포지엄은 다음 달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양국 정치학회가 함께 연 국제심포지엄은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 이후 10년 만이기도 하다.

심포지엄 주제는 ‘한일 협력의 미래 비전―왜 양국은 서로가 필요한가’로 내걸었다. 단순히 당위적으로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친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라 지난 교류의 역사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소통하는 자리로 삼겠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정치학자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교육 언론 등 각계 한일 관계 전문가 20여 명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가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의 한일 관계 50년을 위한 ‘5대 제언’을 내놓았다. 먼저 정치인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시민들이 깨어나자는 것이다. 6만여 건의 데이터로 15개국의 시민사회를 비교 연구해 온 쓰지나카 유타카(십中豊·쓰쿠바대 교수) 일본정치학회장은 “한일 관계가 지금처럼 악화된 것은 시민들 탓이 아니라 국가와 정치가 분열과 편견을 조장한 측면이 크다”며 “지구촌에서 한국과 일본처럼 미래로 나아가는 청사진을 함께 내놓을 수 있는 비슷한 사회는 없다. 국익과 편견을 넘은 한일 미래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탈(脫)국가 탈중앙 탈정치’를 내걸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시민, 여성, 특히 젊은층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로 결점만 찾는 어린아이 같은 자세에서 벗어나자는 제언도 있었다. 심규선 본보 대기자는 “지금의 한일 관계는 서로의 나쁜 점만 찾아 비판하는 어린아이 같은 관계”라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생하는 제3의 길을 찾는 어른스러운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출산 고령화, 과잉 복지 같은 양국이 공통적으로 짊어지고 있는 국가적 과제에 대해 지혜를 모으자는 제언(서울대 박철희 교수)도 있었다.

일본정치학회 소속이자 한국인인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미래 세대가 특히 중요하니 한중일 간에 매년 100만 명씩 교류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하자”는 파격적인 제언도 했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양국의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들을 망라한 ‘한일미래재단’을 설립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징용자 배상 문제 등 식민 지배와 관련한 모든 법적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자”는 제언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진우 한국정치학회장(한양대 교수)은 “동북아의 근대사는 폭력과 침략의 역사로 얼룩져 있지만 사실상 서로 친하게 지낸 우호와 친선의 기간도 많았다”며 “앞으로는 이런 ‘매력의 역사’를 회복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삿포로=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고령화#복지#공통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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