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 후계자’ ‘나는 표범’ 프로레슬링 대부 이왕표 총재 은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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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하늘나라에 가면 김일 선생님께 야단맞을까 걱정입니다.”

‘박치기왕’ 김일의 후계자로 한국 프로레슬링의 산증인인 이왕표(61) 대한종합격투기협회총재가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은퇴식을 갖고 40년 프로레슬링 인생을 마감했다.

대한격투기협회와 한국프로레슬링연맹은 이날 이왕표의 은퇴 기념 대회인 ‘포에버 챔피언’을 열었다. 세계프로레슬링협회(WWA) 극동 헤비급 챔피언 노지심과 잭 갬블(미국)의 타이틀 매치 등 6경기가 열렸는데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왕표가 반납한 WWA 헤비급 세계챔피언 벨트를 놓고 이종격투기 선수인 ‘야수’ 밥 샙(미국)과 레더 페이스(캐나다)가 맞붙었다.

이 총재는 1975년 김일 도장 1기생으로 프로레슬링에 입문한 뒤 1600차례의 경기를 치렀다. 콧수염을 기른 매서운 눈빛에 표범이 그려진 태권도복을 입고 등장해 호쾌한 태권도 돌려차기와 드롭킥으로 상대를 쓰러뜨렸다.

화려한 기술과 쇼맨십을 갖춘 그는 1994년 김일 선생으로부터 후계자로 지명됐다. WWA와 미국프로레슬링연합(NWA) 등의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던 이 총재는 “시골에서 갓 올라온 ‘마른 명태’가 듬직한 체구를 갖춘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숱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감회를 밝혔다.

프로레슬링이 장기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를 하는 것이 아쉬운 그는 2013년 담도암 수술을 받아 이번 은퇴 대회에 직접 출전하지 못한 것도 죄송스럽다고 했다.

그는 프로레슬링 선수가 각본이 아닌 실력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몇 차례 종합격투기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 총재는 “프로레슬링은 ‘쇼’라는 부정적인 인식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미국처럼 이제 프로레슬링 선수들은 종합격투기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나는 표범’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 등 뒤에 표범이 그려진 도복은 버릴 수 없는 그의 재산목록 1호다.

“그 도복만 입으면 날아다는 것 같았어요. 죽을 때까지 ‘나는 표범’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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