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원 특수활동비, 눈먼 돈으로 쓰려면 차라리 없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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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수활동비 유용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여야가 허둥지둥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개선 대책단을 발족하겠다”고 말했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부 카드로 제한하면 해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 개선의 책임을 맡은 정의화 국회의장은 어제 “세부 사용 내역을 모두 공개하면 국가적으로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대북 첩보 활동을 하는 국가정보원이라면 몰라도 국회에는 맞지 않는 얘기다.

국회의원들이 특수활동비를 개인 쌈짓돈으로 여기는 행태는 도를 넘었다. ‘성완종 리스트’로 수사를 받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회 운영위원장을 하며 받은 특수활동비의 일부를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말했다. ‘입법 로비’ 연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은 아들 유학비에 보탰다고 진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피하려고 둘러댄 것일 수도 있으나 특수활동비에 대한 의원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드러낸다. 여당 원내대표는 매달 4000만∼5000만 원, 국회 상임위원장은 매달 600만 원을 특수활동비로 받는다. 올해 국회 특수활동비 예산은 83억9800만 원이고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정부기관을 포함하면 총 8811억 원에 이른다. 모두 영수증 처리 없이 쓸 수 있는 돈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특수활동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며 사퇴시켰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호통을 쳤다. 그래놓고 정작 의원 자신들이 특수활동비를 눈먼 돈처럼 쓰고 있는 것은 이중 잣대다.

국회에는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는 법안과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잠자고 있다. 이번에도 제도 개선을 하는 척하다가 여론이 잠잠해진 뒤 슬그머니 넘어가서는 안 된다. 차제에 정부의 특수활동비와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특수활동비#유용#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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