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은 산업경쟁력 잃고 있다”는 GM 사장의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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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아시아 생산 거점을 한국에서 인도로 옮길 것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는 한국 제조업의 암울한 현주소를 드러낸다. 스테펀 저코비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공장의 문을 닫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한국은 최근 5년간 인건비가 50% 이상 증가했다. 한국GM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GM의 수출에서 세계시장 수출물량의 20%가량을 생산하는 곳이 한국이다. 그러나 인건비는 오르는데 생산성은 떨어지고 강성 노조가 경영 효율화의 발목을 잡아 최근 몇 년 사이 공장 폐쇄설, 이전설이 끊이지 않았다.

강성 노조와 높은 임금이 외국 기업만 쫓아낸 게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최근 10여 년간 국내 투자는 동결하고 인도 중국 미국 등에 투자를 늘려 해외 생산량이 국내의 3배로 늘어났다. 그만큼 국내 일자리는 줄어든 것이다.

통상임금 같은 제도의 불확실성도 높다. 2013년 대법원은 “상여금을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하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으나 기업마다 여건이 달라 혼선을 겪고 있다. 2013년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은 방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엔화 약세와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면 절대로 한국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통상임금 문제는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인 만큼 꼭 풀어 나가겠다”고 답했지만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반면 인도는 평균 임금이 월 200달러(약 21만 원)도 안 되는 데다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경제성장률이 급등하는 추세다. 지금은 한국GM이 인도 공장에 비해 두 배가량을 생산하고 있으나 향후 10년 내에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듦으로써 한국 제조업은 비상이 걸렸다.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가 후발국의 추격으로 장기적 수출부진 국면에 접어든 1990년대 일본과 닮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래창조과학부 분석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 120개 가운데 한국이 세계 1등인 분야는 단 1개도 없는 게 현실이다. 주력산업은 후발국에 밀리고 새로운 산업은 자라지 않으니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지 걱정이다. 노동시장 개혁과 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취업할 일자리가 한국에 남아 있지 않을 듯하다.
#GM#인도#인건비#노조#상여금#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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