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스케치]여성미 입힌 근육… 그녀들의 몸시계는 거꾸로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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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NO, 보디피트니스 바람

누가 이런 탄탄한 몸매를 보고 58세라고 생각할까. 보디피트니스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에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유망주’로 떠오른 오영 씨가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작은 사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키우는 대신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 보디피트니스는 최근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누가 이런 탄탄한 몸매를 보고 58세라고 생각할까. 보디피트니스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에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유망주’로 떠오른 오영 씨가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작은 사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키우는 대신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 보디피트니스는 최근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 수 없듯 매년 먹는 나이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공상 만화나 소설에서 볼 법한 ‘회춘 약’이 개발된다면야 모를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외관 나이’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요즘 여자 보디빌딩계에서 떠오르는 ‘유망주’ 오영 씨(58)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전형적인 가정주부였던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약 1년 3개월 만에 보디빌딩계의 화제 인물이 됐다. 그는 20일 충남 논산에서 열린 2015년 아시아보디빌딩&피트니스선수권 대표선발대회 여자 163cm 이하 피지크 부문에서 우승했다. 환갑을 앞둔 나이에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보디빌딩 하면 우람하고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가 연상된다. 남자라면 봐 줄만 하지만 여자가 남자 같은 근육을 자랑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어떻게 여자가 저런 근육을 키울 수 있을까’라고 놀랄 수도 있지만 다소 기괴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여성은 여성다워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보디빌딩연맹(IFBB)은 이런 세간의 ‘우려’를 반영해 2002년부터 보디빌딩 여자 부문의 심사기준을 여성미를 강조하는 식으로 바꿨다. 요즘 여성 보디빌딩은 근육질 몸매보다는 팔과 다리, 허리, 엉덩이, 가슴 등 부분별 근육을 통해 여성미를 더 부각시킬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에 따라 경쟁 부문도 세분했다. 전반적으로 여성성을 강조하면서도 근육질을 가장 강조하는 부문이 피지크이고 그 다음이 피트니스, 보디피트니스, 비키니피트니스 등의 순이다. 보디피트니스와 비키니피트니스는 피지크와 피트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육질을 덜 강조한다. 그러나 근육과 여성성의 조화를 중시하는 점은 같다. 국내에선 피트니스를 빼고 3개 부문에서 경쟁한다. 부문별 경쟁 기준도 몸무게가 아닌 키로 정했다. FIBB는 158cm 이하, 163cm 이하, 168cm 이하, 168cm 이상급으로 나누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초창기라 163cm 미만과 이상으로 구분해 대회를 열고 있다. IFBB는 올해부터 과거의 근육형 여성 보디빌딩 선발대회를 전면 금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콘테스트를 하도록 각국 연맹에 공문을 보냈다.

보디피트니스를 통해 몸매를 가꾼 모델 이연 씨(30)와 유승옥 씨(25) 등 멋진 몸매를 가진 여성들이 최근 방송과 인터넷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근육질 여성과는 다른 여성미를 갖춘 건강미인이기 때문이다. 보디피트니스 등 새로운 여성 보디빌딩 방식 덕분에 국내에서도 최근 4, 5년 전부터 여성 보디빌딩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근육보다는 균형 잡힌 몸매를 가꾸려는 여성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오 씨가 보디빌딩을 시작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갱년기도 오고 살도 찌고 나른해진 삶에 뭔가 활력소를 주기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2년부터 헬스클럽에 등록해 운동을 시작했다.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를 들어봤지만 몸이 변하지 않았다. 재미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보디빌딩 지도자들을 키우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제대로 배우면 좀 다를까’ 하며 2013년 말 서울 중구 충무로의 (사)대한피트니스아카데미를 찾았다. 6주간의 보디빌딩 지도자 강의를 듣고 전문적으로 운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망설여지기도 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무모한 도전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 나이에 정말 내 몸매가 바뀔 수 있을까’란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무료한 삶을 바꿔보고 싶었다.

“역시 운동은 알고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혼자 하는 것보다 퍼스널 트레이너(PT)의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전념해보기로 했다.”

문제가 생겼다. 대전 집에 있는 남편 홍종승 씨(65)가 반대하고 나섰다. 6주간의 지도자 강습과정 땐 서울행을 용인해줬는데 합숙까지 하며 보디빌딩이라는 운동을 전문적으로 시작한다고 하니 반대한 것이다. 하지만 인생 최대의 변화를 추구하는 그를 막을 순 없었다. 주 1회는 집에 간다는 조건으로 서울에서 본격적인 ‘보디빌더’의 삶을 시작했다. 오 씨는 서울에서 합숙하며 주 5일 하루 1시간 30분씩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한 달 정도 됐을까. 저를 지도하는 하용인 교수님이 대회에 한번 나가볼 생각이 있느냐고 했다. 대회에 나가면 구체적인 목표도 생기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훈련 3개월 만에 조그만 대회에 출전했는데 3위를 했다. 너무 기뻤다.”

보디빌딩은 훈련도 잘해야 하지만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음식에 소금간을 하지 않아야 하고 매운 것도 피해야 한다. 한마디로 무미건조한 식사를 해야 한다.

“솔직히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의외로 쉬웠다. 조금만 조심하면 됐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퍽퍽하다고 하는 닭 가슴살을 많이 먹지만 색깔별 야채와 과일 등을 섞어 먹으니 큰 문제는 안 됐다. 무엇보다 보디빌더들이 먹는 음식이 건강식이었다. 고기나 생선 등을 구워 먹는 게 없고 삶거나 쪄 먹는다. 야채도 볶더라도 기름기 없이 살짝 볶아서 먹는다. 이런 보양식이 따로 없다.”

오 씨는 보디빌딩을 시작한 뒤 몸도 좋아졌지만 피부도 매끄러워졌다. 건강식을 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서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도 피했다.

전문가들은 보디빌딩으로 몸을 제대로 만들려면 음식으로 몸에 자극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짜고 매운 음식 먹지 않기.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 창용찬 대한피트니스아카데미 회장(60)은 “하얀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 몸도 운동할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근육도 잘 만들어진다. 술을 마시는 등 주의를 하지 않으면 다시 몸을 만들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오 씨의 몸이 달라지자 가족들도 변했다. 남편은 “진짜 열심히 하는 것 같다”며 응원을 해줬고 딸도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단다. 남편과 딸도 운동을 시작했다. 요즘 남편은 오 씨가 집에 오면 ‘헬스클럽에 가서 나 좀 지도해줘’라는 요청까지 한다고. 주변 사람들도 오 씨의 변화된 모습에 부러워하며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장기적으론 남편 딸과 함께 보디빌딩 콘테스트 무대에 서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다.

“솔직히 요즘이 내 인생의 황금기다. 내 몸이 이렇게 바뀔지 몰랐다. 운동을 열심히 한 만큼 몸의 변화로 나타나니 너무 즐겁다. 내가 이룬 조그만 성과지만 내 인생에서 얻었던 그 어떤 결과보다 소중하다.”

오 씨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키 162cm, 체중 65kg의 축 처진 몸매였지만 지금은 58kg의 탄탄한 몸매를 지니게 됐다. 근육을 키우면 노화가 방지된다. 칼로리 소비도 잘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그가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그는 요즘 ‘운동 전도사’로 불린다. 자신이 변한 것처럼 누구나 변할 수 있다며 운동을 권유하고 있다. 오 씨는 “운동을 하다 보면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도 참고 해야 한다. 시작해서 100일 정도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운동을 빼먹지 말아야 한다. 그럼 몸이 운동하는 것을 습관으로 받아들인다. 그때부터는 몸이 알아서 운동하자고 움직인다”고 조언했다.

오 씨가 운동하면서 변한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여유로운 마음. 음식 등 많은 것에 신경을 써야 하는 보디빌딩은 다소 민감한 운동이지만 몸이 변하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주위에 대한 불만도 없어졌고 그냥 하루하루가 고맙고 행복하다”고 했다. 오 씨는 6월 5일부터 8일까지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리는 아시아보디빌딩&피트니스 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선다는 즐거움에 강훈련을 소화하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오 씨와 함께 아시아보디빌딩&피트니스 선수권대회 보디피트니스 163cm 이상급에 출전하는 이진원 씨(28·위 사진)는 벨리댄스를 하다 보디빌더로 전향한 케이스다. 전문 벨리댄서로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고관절이 아파서 고민하던 때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헬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육을 만들면서 보디피트니스에 빠지게 됐다. 그는 “보디피트니스는 내 몸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예술작가가 조각을 하듯 내 몸을 만드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보디피트니스를 만난 그는 벨리댄스를 한 늘씬한 몸매 덕택에 바로 두각을 나타내 이듬해 국내 보디피트니스대회에서 1위를 했다. 2013년엔 아시아보디빌딩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도 땄다. 이 씨는 “보디피트니스는 좀 외로운 운동이다. 내 몸을 잘 만드는 재미는 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 맛있는 것 못 먹고 사람 만나는 것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멋진 몸으로 바뀌면 기분이 무척 좋다. 그 맛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왕 시작한 만큼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몸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창 회장은 “모든 운동이 그렇듯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 오영 씨는 몸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했다. 솔직히 몸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오영 씨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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