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에 번쩍, 우에 번쩍… 요즘 이동국은 ‘홍길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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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시아챔스리그 가시와전…쉴 새 없이 측면-중앙 오가며 두 골
팀 위해 부지런히 뛰며 궂은일…‘게으른 천재’ 모습 완전히 사라져

프로축구 전북의 이동국(36·사진)은 한때 ‘게으른 천재’로 불렸다. 활동 폭이 넓지 않고 골문 앞에서 ‘이삭줍기’에만 열중한다는 비아냥거림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대표팀에 그를 선발하지 않은 이유도 ‘게으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축구선수로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더 부지런해진 이동국은 K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168골을 기록 중인 이동국이 골을 터뜨릴 때마다 K리그 통산 최다 골 기록은 바뀌고 있다. 이동국과 함께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K리그 통산 득점 10위 내 선수는 중국 베이징 궈안의 데얀(전 서울·141골)뿐이다. 올 시즌 K리그에서는 시즌 전 허벅지 부상 후유증으로 6경기 1골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력을 회복한 상태여서 곧 지난해와 같이 득점포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이동국은 31경기에서 13골을 터뜨려 경기당 0.42골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득점 감각을 회복하면 올 시즌이 끝났을 때 이동국의 통산 골은 180골을 넘어서게 된다.

이동국은 도움에서도 7개를 추가하면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갖고 있는 최다 도움(68개)을 넘어선다. 동시에 K리그 최초로 70골-70도움을 기록하게 된다. 통산 슈팅에서도 이동국은 1177개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동국은 22일 가시와 레이솔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5차전에서 환상적인 오버헤드킥과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2골을 터뜨리며 골 감각을 되찾았다.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27골) 선두라는 전리품도 챙겼다. 이날 경기에서 이동국은 거친 몸싸움과 폭넓은 활동량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90분 내내 미드필더 이재성을 도와 패스 플레이를 했고, 최전방 에두의 공간 확보를 돕기 위해 쉴 새 없이 좌우 측면과 중앙을 오갔다. 필드에서 서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현역 시절부터 이동국과 가까웠던 김상식 전북 코치는 “오버헤드킥 골을 보고 경기가 끝난 후 우스개 삼아 ‘너 무슨 슈팅인데?’라고 동국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동국이가 ‘나도 어떻게 골을 넣었는지 모르겠다’는 답을 보내왔다”며 “동국이가 얼마나 부지런하게, 헌신적으로 경기에 집중했었는지를 문자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예전에는 동국이가 자기 위주의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팀 전술상 페널티박스에서 나오지 말라는 감독의 주문을 받은 적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전북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면서 동국이의 활동량이 늘어났다. 또 팀을 위해 희생해야 자신도 돋보인다는 생각을 하면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지런해진 이동국의 국가대표 합류도 긍정적이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3월 우즈베키스탄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아직 이동국이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동국 게으른 천재#최다 골#최다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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