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샘물]망가진 경찰버스, 깨진 유리창… 폭력 얼룩진 광화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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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경찰 대치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앞으로 진출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위대가 경찰버스에 올라가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 불법 폭력시위를 지속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시위대-경찰 대치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앞으로 진출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위대가 경찰버스에 올라가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 불법 폭력시위를 지속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샘물·사회부
이샘물·사회부
18일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에선 위험천만한 상황이 밤늦게까지 벌어졌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 100명이 17일 0시경부터 무단 점거 농성을 벌이면서부터였다.

경복궁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광화문 앞 인도는 ‘문화재구역’으로, 관람 목적 외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경찰이 경찰버스를 동원해 불법농성 인원이 많아지는 걸 막으려고 하자, 유가족 일부는 차도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웠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을 때리기도 했다. 일부는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피켓시위도 벌였다. 경찰이 “위험하니 내려오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이들은 경찰에게 물을 뿌리며 저항했다. 4차례에 걸친 경찰의 해산 명령도 무시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서울광장에서 오후 3시 50분부터 연 ‘범국민대회’는 1만 명(경찰 추산)이 모인 후 폭력시위로 번졌다. 오후 4시 반, 김혜진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은 “광화문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 뒤를 돌아서, 최대한 빠르게 이동해 광화문으로 가달라”고 외쳤다. 경찰에 행진 신고도 안 한 상태에서 대규모 인원이 차도인 세종대로로 급하게 뛰면 위험하단 걸 알면서 이런 주문을 한 것이다.

앞장선 시위대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도로에 뛰어들어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면서 달려오는 차들이 급히 멈춰 섰다. 시위대는 오후 5시 반경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집결해 경찰에게 폴리스라인, 물병, 달걀 등을 던지고 방패를 빼앗았다. 경찰의 얼굴에 소화기와 빨간 스프레이를 뿌리고 발로 걷어차며 폭행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최루액과 물대포를 사용했지만, 시위대는 1.7m 높이의 질서유지선을 빼앗은 뒤 광화문광장 북단까지 진출했다.

시위대 6000명(경찰 추산)은 경찰이 버스로 막아놓은 유가족 농성장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유가족이 보고 싶다” “시행령을 폐기하라” 등을 외치며 버스 유리를 깨고 망가뜨렸다. 경찰버스를 수차례 흔들며 쓰러뜨리려 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차 71대가 파손되고, 경찰 74명이 부상을 입었다. 35중대 의경 3명은 귀, 머리가 찢어지는 등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 갔다. 경찰은 총 8차례 해산명령을 하고, 버스를 흔드는 시위대에 10차례 이상 물대포를 발사했지만 시위대는 해산하지 않았다. 이날 유가족 21명과 외부세력 79명 등 100명이 연행됐다.

‘소요 사태’ 수준의 위험천만한 행위는, 오후 10시 반경 유족들이 “시민들을 만나겠다”며 시위대의 환호를 받으며 경찰버스 사이로 나오면서 일단락됐다. 망가진 경찰버스 앞에 선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4월 24일(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25일(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대동 한마당)에는 다시 한 번 정의를 담은 시민 여러분의 걸음을 다시 청와대 앞으로 옮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오늘 올해 들어 가장 아름다운 밤인 것 같다. 안 그렇습니까”라고 물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무지막지한 공권력은 (유가족) 유민 아빠를, 영석 아빠를, 그리고 시민 몇 명은 연행해 갈 수 있어도 이 땅의 정의를 연행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분과 함께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위험천만한 불법 폭력시위의 해산을 앞두고, 그 중심에 있던 유가족 단체와 국민대책회의 간부, 국회의원은 시위대에 ‘위험한 행동은 자제해 달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안전사회 건설’을 외치면서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고, 안전보다 자기 목적을 중시하는 이들의 행태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또 다른 참사였다.

이샘물·사회부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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