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혼돈… 美외교 엉망진창 상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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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편집장 ‘오바마 2기 외교정책’ 비판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과 2014년 각각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2개 전장에서 사실상 ‘종전’을 선언하며 한발을 뺐다. 그 대신 중국의 세력 팽창에 맞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과 균형 회복을 강조해 왔다. 오바마 독트린의 핵심이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 2기를 맞아 대외정책 노선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중동에선 미국의 공백이 야기한 혼란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 불릴 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에선 중국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이 예상 밖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에 반대해온 미국의 위상이 크게 구겨졌다.

우선 중동을 보자.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편집장은 FP 인터넷판에 ‘작전명 찰리 폭스트롯’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프가니스탄부터 리비아까지 중동 전역이 전례 없는 혼전 상황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찰리 폭스트롯(charlie foxtrot)은 ‘엉망진창 상황’이란 뜻의 영어 속어(cluster-fuck)의 알파벳 첫 글자를 변용한 군사용어로 적군과 아군이 마구 뒤섞인 채 통제 불능한 전쟁을 치르는 상황을 말한다.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발호하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오랜 적대국이던 시아파 국가 이란을 끌어들였다. 그 와중에 미국의 오랜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10개국이 이란의 배후 조종을 받는 시아파 반군세력 후티 격퇴를 위해 예멘에 대한 집단 침공에 나섰다.

미국과 수니파 중동국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적대적이지만 이란은 또 아사드 정권을 후원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은 오랜 우방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핵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란보다 미국이 더 절실하게 협상을 구걸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피아 구별이 불분명한 혼전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로스코프 편집장은 현 중동 문제에는 이슬람 양대 라이벌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간 1300년 넘게 계속된 앙숙 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든 최근 중동 혼란을 부른 직접적 책임은 세력 균형자로서의 미국의 공백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지역 내 미군의 공백이 IS와 같은 새로운 무장단체가 창궐하도록 함으로써 중동을 넘어 세계적 안보 문제로까지 번지게 했음을 오바마 행정부와 미 국민이 더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번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가보자. 미국이 노골적 거부감을 드러낸 중국 주도의 AIIB에는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영국, 독일을 포함해 50개국 가까이가 참여했다. 반면 이에 맞서 미국이 내세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는 일본을 포함한 12개국만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일본을 붙잡기 위해 미국은 이달 29일 역사상 최초로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의 무대까지 마련해 줬다. 그만큼 아시아 중시 정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일본에 무게중심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지적했듯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잇따른 역사 왜곡 시도로 도덕적 정치적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이란과 핵협상 타결을 끌어낸다 해도 아시아에는 마지막 남은 ‘괴물’ 북한이 도사리고 있다. 이미 핵 무장국이 된 북한은 이란보다 더 골치 아픈 존재다. 하지만 아시아로의 복귀가 중동 문제에서 발을 빼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비판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북핵 문제를 더이상 덮어둘 수만은 없다. ‘어떤 형태로든 이란 다음은 북한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미국#외교#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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