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 첫날 급식중단 사태는 없었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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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무상급식 중단 표정

1일 오전 경남 진주시 지수면 지수초등학교 뒷마당에 ‘임시 식당’이 문을 열었다. 학부모 10여 명은 “(아이들에게) 눈칫밥 먹이기 싫다”며 천막 아래에 솥 3개를 걸고 손수 닭야채죽을 끓였다. 생닭을 포함한 식재료와 취사도구는 모두 학부모가 조달했다. 낮 12시가 되자 학부모들은 유치원생 5명과 초등학생 49명에게 직접 배식했다. 초등학생이 밥을 먹은 뒤에는 이 학교에서 1.5km 떨어진 지수중학교 학생 25명이 찾아와 점심을 먹었다. 평소에는 지수초교 급식소에서 조리한 식사를 중학교로 옮기는 ‘배달 급식’이 이뤄진다. 이미숙 지수초교 학부모회장은 “2일 점심에도 학부모들이 짜장밥을 지어 학생들에게 배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의 예산 지원 중단에 따라 무상 급식이 유상 급식으로 바뀐 첫날인 1일 경남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반발로 급식이 중단됐다. 지수초교 학부모들은 직접 급식 조리에 나섰고 하동군 쌍계초교 학부모들은 매주 금요일 등교 거부를 결의한 가운데 일부는 자녀에게 도시락을 싸거나 점심을 집에서 먹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자녀를 둔 지수초교 학부모 소희주 씨는 “한 달에 20만 원이 넘는 급식비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이날 국수가 메뉴로 나온 김해시 한 초교의 급식소에서 아이들은 대화를 나누거나 장난을 치는 등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초등생 아이와 함께 귀가하던 한 40대 주부는 “혹시 학교에서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까 봐 아이에게 설명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해시 외동에서 만난 한 여중생(2학년)은 “우리만 왜 이 문제로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먹는 걸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또 다른 중학생은 “잘사는 친구까지 공짜로 밥을 먹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경남도교육청은 다음 주부터 학생 수 5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에서 급식 중단 상황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학부모들이 급식비 납부를 거부하거나 학생의 절반가량만 도시락을 준비해도 식자재 납품과 인건비 조달 등 급식소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경남도 내 초중고교 990곳 가운데 학생 수 50명 이하인 학교는 184곳이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경남도의회가 중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회기 마지막 날인 21일까지 차분하게 기다릴 것”이라며 “그 이후엔 학부모총회를 열어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급식이 중단되는 소규모 학교에서는 도시락마저 준비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교사들에게 2, 3인분 도시락을 챙기도록 부탁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사와 학부모단체들은 공세를 이어 갔다. 전교조경남지부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가 추진하는 ‘서민 자녀 교육 지원 조례’의 제정 저지 △홍준표 도지사와 도의회의 책임 추궁 △학교급식법 개정 운동 동참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환경 무상 급식을 위해 지속적으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경남지역의 초중고교생 48만1000명 가운데 이날부터 무상 급식 대상에서 유상 급식으로 전환된 학생은 21만8600여 명에 이른다.

진주=강정훈 manman@donga.com / 김해=강성명 기자
#유상#급식#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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